▲ 이중화 대전시의사회 기획이사 |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의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다. 의료비용을 절감한다는 목적으로 의약 분업을 시행했다. 정부는 보험의 계약 당사자인 국민에게 의약분업을 원하는지 묻지 않았다. 의사들이 약값에서 터무니없는 마진을 챙기기 때문에 병, 의원에서는 처방전만 받고 약을 약국에서 사면 의료비가 절감될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홍보만 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의료비가 절감되고 보험료도 내려갈 듯 보였다. 의사들은 파업까지 해가며 의료비 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민단체는 의사들이 자기 밥그릇 챙기기라고 규정하면서 정부의 정책을 도왔으며 결과적으로 의약분업 이후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 진료행위의 유통단계가 늘어났는데 어떻게 비용이 줄어들겠는가? 시민단체는 국민을 대변하는 듯 했지만 결국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는 쪽에 손을 들어 주었다.
정부는 다시 '포괄수가제'라는 제도를 들고 나왔다. 포괄수가제란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가면 의료보험에서는 정해진 치료비만 지불하겠다는 제도다. 한번 방문하든 10번 방문하든 정해진 금액만 주겠다는 거다. 양질의 진료가 되겠는가? 심사평가원 직원은 TV에 출연해 진료비가 늘어날수록 의료의 질이 떨어진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더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정부의 의료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을 이중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돈이 없어 병원을 못가는 피 눈물 나는 일은 최소한 없어야 된다는 것이 의료보험의 본질이다. 이제 국민들은 원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민간의료보험을 하나 더 들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국민들은 의료보험제도의 보장 범위를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만일 정부가 의료보험의 보장 내용을 변경하려 한다면 의사단체가 아닌 국민과 협상을 해야 한다. 의사 단체는 수가를 협상하는 대상이므로 계약내용의 변경사항은 계약 당사자(국민)와 협의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는 국민을 협상에서 배제했다. 포괄수가제 실행은 의료보험 계약자인 국민과 해야한다. '나는 정해진 자원 내에서 최소한의 진료 받기를 동의한다'는 국민적 동의가 있을 때 포괄수가제는 시행이 가능한 것이다. 국민들이 포괄수가제에 대해 자세히 잘 모르고, 그 내용을 잘 아는 의사들이 국민 편에 서서 변론을 할 뿐이라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이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과 상의를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는 듯 하다.
포괄수가든 지금의 행위별 수가든 의사들은 의료수가만 높여주면 OK, 생큐다. 그런데도 국민 입장에서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 뻔히 보이기 때문에 이렇듯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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