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이 중국집에서 주문을 한다. 아빠 “짜장면 곱빼기, 짬뽕, 탕수육 대자, 깐풍기 대자, 군만두, 물만두도 주시고… 너는?”>
<아빠 “수술을 하라고여?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됐어 나 수술 못합니다” 아들 “아빠 왜 수술을 안하는데.” 아빠 “수영아 수술전에 금식 이란다.”>
이 우스개 이야기는 개그콘서트의 '아빠와 아들' 코너. 이들 식탐 부자의 황당한 대화는 큰 웃음을 자아낸다. 요즘 '고뤠~?'라는 유행어로 주목을 받은 개그맨 김준현도 '뚱뚱한 남자' 캐릭터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CF에도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대세임이 틀림없다. 자신의 뚱뚱한 외모로 '당당히' 승부수를 던진게 확실히 먹힌 셈이다.
그러면 현실에서의 '비만'은 어떨까. 우리 사회에서 몸무게는 자기 절제와 인내력 등 자기 관리의 지표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특히 취업과 결혼, 대인관계에서 절대적 영향을 끼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남아도는 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개인만큼이나 '살 떨리는' 스트레스는 국가도 만만찮다. 비만인구 증가는 사회적 손실과 차별, 의료비 증가로 인한 재정적자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으로 규정했다. 마약과의 전쟁이 한창인 멕시코에서는 지난 4년간 마약보다 과체중과 비만으로 인해 숨진 사람이 더 많고 세계적으로 보면 비만 인구가 이미 기아 인구를 초과했을 정도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만과의 전쟁은 치열하고 눈물겹다.
살찐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 미국은 살과의 전쟁이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뉴욕시가 내년부터 공공장소에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기로 한데 이어, 최근 로스앤젤레스 시의회도 탄산음료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덴마크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버터와 우유 등에 비만세를 도입했는가 하면 과체중에 시달리는 프랑스 정부도 코카콜라ㆍ환타 같은 탄산음료에 '비만세'를 붙였다. 영국은 아예 과체중 임부에게 당뇨약을 투약해 태아때부터 관리하겠다는 초강수를 뽑아들었다.
우리나라도 비만이 더 이상 '강건너 불'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인 비만율이 2008년에 21.6%였던 것이 2011년에는 23.3%로 무려 1.7%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비만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셈이다. 아직까지 한국이 날씬한 국가에 속하지만 '비만 국가'가 되는건 시간문제다. 우리나라도 국민의 허리둘레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오죽 했으면 부시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을까. “애국을 하려면 제발 자기 몸부터 돌보라.” 역시 애국하는 길은 피나는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숙자ㆍ편집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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