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첨단설비를 갖춘 아파트가 늘면서 이로 인한 전력 낭비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 대전을 비롯해 충남에 이르기까지 신규 아파트 공급 시 빌트인 시스템이 설비되고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도안신도시 공동주택을 비롯해 세종시 공동주택 및 수익형부동산의 경우, 대부분 빌트인 시스템을 적용해 수요자 몰이에 나섰다.
빌트인 시스템을 적용한 이들 주택 등은 냉장고, 세탁기, 매립형 에어컨 등 빌트인가전 시스템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편익을 제공해주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빌트인 시스템을 통해 수요자들은 주거공간을 확보하고 별도 가전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력 수급 부족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빌트인 가전제품이 전력을 낭비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빌트인 가전의 경우, 이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제품을 뜯어내지 않는 한 전원 차단이 쉽지 않아 대기전력 낭비가 심각하다.
A 대형 가전 할인점 관계자는 “빌트인의 경우, 계속해서 전원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대기전력이 소모된다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빌트인 가전이 연간 한 가정에서 2만원 가량의 손실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300만 가구가 빌트인 가전을 쓴다고 가정하면 무려 600억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현관 방범 시설을 비롯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경관조명으로 인한 전력 낭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구 둔산동 B 아파트의 경우에는 지난해 말께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지나친 조명 설치에 오히려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했다.
또 유성구 C 아파트도 야간시간 대 경관조명을 위해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동안 전국적으로 정전 대비 위기 대응훈련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실시하는 등 전력 부족에 따른 위기감이 치솟고 있지만 공동주택 등이 전력 낭비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한 관계자는 “갈수록 전력 부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아파트에서의 이같은 전력 낭비가 향후 위험수준에 오를 수도 있다”며 “빌트인 가전 등 소비자에게 편리한 설비가 오히려 소비자들의 삶을 위기에 빠트릴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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