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고 김용수 일병, 이갑수 일병의 합동안장식이 지난 20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됐다. 수십년만에 고국 땅을 밟은 이들의 유가족들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전쟁에서 이슬처럼 사라지고 수십년이 흘러 가족들 곁으로 온 그들은 영웅이 돼 돌아왔다. 고 김용수 일병의 조카 김해승씨와 이갑수 일병의 아들 이영찬씨를 전화인터뷰를 통해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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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승씨는 “작은아버지(김용수 일병)는 어릴적부터 착하고 의협심이 남달랐다고 전해들었다”며 “일제시대 독립운동으로 일본군의 고문에 옥사하신 조부(김인주)의 영향을 많이 받으셨다”고 회상했다.
조카 김씨는 “작은아버지는 친형인 아버지(김명환)가 국군에 징집되자 18살의 어린나이에 카추사로 자원 입대했다”며 “이들 두 형제는 중부 전선 곳곳에서 마주치면서 서로에 대한 안부와 건강을 염려하며 형제애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북진이 결정되자 아버지가 작은아버지에게 죽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강하게 만류했다”며 “하지만 작은아버지는 형의 만류를 뿌리치고 '형은 가족을 지켜라 나는 나라를 지키고 되찾아오겠다'며 북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그 모습이 가족이 기억하는 작은아버지의 마지막이다. 전쟁 이후인 1960년 말 뒤늦게 사망통지서를 받게 됐다”며 “그러던 지난 4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작은아버지의 유해를 확인했고 유족이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아버지(김명환)가 돌아가시며 먼저 간 작은아버지 얼굴을 보고싶다는 모습이 아른거려 안타까울 뿐이다”며 “그래도 뒤늦게나마 두 분 형제가 재회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고 감격스러워했다.
그의 뒷모습이 가족이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이다. 이 일병은 함경남도 장진전투에서 그해 12월 5일 전사했다. 62년만에 대한민국으로 돌아온 이 일병은 어느새 환갑이 넘어버린 아들 이영찬(65)씨와 재회했다.
수십년만에 아버지를 만난 아들 이영찬씨는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아들 이씨에게 아버지는 기억조차 희미한 존재였다. 4살이라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와 헤어진 이유다.
이영찬씨는 “믿기지가 않는다. 아버지를 찾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며 “어릴적 전쟁 중 북한에서 돌아가셨다는 어머니 말씀은 들은 적이 있어 통일 후에 아버지를 찾을 줄 알았다. 그저 국가에 감사할 뿐이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씨는 “어릴 적 나라를 지킨다며 전쟁터로 뛰어가던 아버지의 뒷모습만 아른거린다”며 “그러던 어느날 전화 한 통이 왔다. 발굴된 유해의 유전자 감식을 거쳐야 한다는 국방부의 이야기에 그냥 담담했다”고 당시를 술회했다.
이씨는 “유가족 유전자 감식을 거쳐 지난 5월에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아버지를 찾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손자,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대한민국을 지켰던 영웅이었다.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된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찬씨는 “아직도 전쟁터로 사라져간 가족을 찾지 못한 유가족이 많다”며 “유가족들도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조성수ㆍ강우성ㆍ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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