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스마트한 대중의 출현과 예술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준기]스마트한 대중의 출현과 예술

[문화 초대석]김준기 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승인 2012-06-24 13:21
  • 신문게재 2012-06-25 20면
  • 김준기 미술평론가김준기 미술평론가
▲ [문화 초대석]김준기 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문화 초대석]김준기 미술평론가,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시각예술과 연관하여 미디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매스미디어(mass media), 즉 대중매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뉴미디어, 즉 새로운 매체라는 뜻으로 쓰인다. 매스미디어와 연관한 미디어아트라는 말은 대중매체를 끌어들이는 예술이라는 뜻인데, 텔레비전과 같은 대중적인 매체를 시각예술에 도입한 백남준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의 일방향성을 넘어서서 쌍방향 비디오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실시간 송출방식으로 모니터에 자신의 메시지를 내보냈고, 심지어는 1980년대에 인공위성을 이용한 생방송 TV쇼 '굿모닝미스터오웰'(1984)을 실현하기까지 했다.

대중매체를 이용한 예술로서의 미디어아트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로서의 뉴미디어의 발전과 동행했다. 정보의 생산과 유통 방식에 있어 기술적인 혁신은 새로운 매체를 만들어냈고, 그것은 또한 대중의 정보소통방식을 변화시켰다. 미디어아트는 미디어의 기술적 발전과 매스미디어의 변화에 따라 변모해왔다. 그런데 동시대 예술은 이러한 미디어의 변화 속도를 따라 잡기에 매우 버거워하고 있다. 예술이라는 개념과 제도의 태생 자체가 근대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근대사회는 정보의 생산과 소비를 전문가와 대중의 것으로 완벽하게 이원화하고 있지만, 탈근대시대의 정보화 사회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어트리고 있다. 예술은 인류사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꿰뚫는 통찰력을 가지고 첨단의 의제를 생성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개인이자 집단의 사회적 소통기제였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아방가르드(Avant-Guard), 즉 전위라고 규정하고 맹렬하게 예술과 사회의 최전선에서 서기도 했다. 그러나 미디어의 변화는 문화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었고, 예술 전문가의 권능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문화민주주의의 척도다. 첨단의 디지털 카메라들은 포커싱은 물론 셔터의 속도와 감도를 척척 맞춰준다. 따라서 약간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진을 얻는다. 게다가 포토샵의 보급으로 다양한 방식의 이미지 조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를 견인한 것은 모든 정보를 0과 1의 세계로 환원하여 저장과 조작이 가능한 디지털의 세계가 열림으로써 가능해졌다. 영상의 출현은 그 이전까지 존재했던 그 어떠한 기록보다도 강렬하게 시간과 공간을 완벽하게 재현하기 시작했다. 영상 문화는 필름을 자르고 이어붙여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몽타주의 미학으로 영화라는 장르를 낳았으며,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본격적인 매스미디어의 시대를 열었다. 캠코더를 손에 잡은 대중은 홈비디오의 시대를 열어 영상문화의 근간을 뒤바꿔 놓았다. 인터넷의 출현은 세상의 모든 정보생산과 유통, 나아가 사용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로 인한 정보생산과 유통, 소비의 변화는 '제2의 미디어 시대'를 낳았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출현은 현대사회의 구조와 현대인의 일상을 재편하고 있다. 사진과 영상, 디지털과 인터넷과 같은 첨단문명의 이기를 총집결한 손안의 미디어, 스마트폰은 언제어디서든지 정보를 생산하고 발신하고 수신하며 재생산하고 공유하는 막강한 권능을 대중에게 부여했다. 스마트한 대중은 일방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자 소비자며, 수신자이자 발신자다. 창작자이자 네트워커인 시민대중은 창의적으로 사고하고 감성적으로 행동하는 예술적 소통의 주체로 등극했다. 정보양식의 변화에 따라 사회가 바뀌고 있고, 예술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이렇듯 스마트한 정보화시대의 대중에게 예술가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고 보여줄 것인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