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만 팔면 건전한 상거래를 해치는 불법 행위쯤은 눈 감아도 된다는 구단의 태도에 팬들은 짜증과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21일 대전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올 시즌 대전 첫 경기가 열린 지난 5월 8일 이후 한밭구장 인근에서 붙잡은 암표상은 17명에 달한다.
경찰은 이들을 경범죄처벌법(암표매매) 위반 혐의로 전원 불구속 입건한 뒤 즉결심판에 넘겼다.
암표상이 가장 많이 적발된 날은 5월 둘째 주 롯데와의 주말 3연전 중 12일과 13일이 각각 5명, 4명 등 이틀 사이에만 9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올 시즌 한화의 인기에 편승해, 한밭구장에 부산 등지에서 온 원정 암표상도 출몰한다는 첩보까지 입수하고, 정복과 사복 경력을 집중 배치해 단속에 나서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암표상이 출몰하는 곳은 비단 야구장 외부만이 아니라, 구장 안까지 암표상이 침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넥센전에 가족과 함께 한밭구장을 찾은 A씨는 구장 안에서 암표상의 유혹을 받았다. 9000원짜리 내야지정석 3장을 구매해 경기를 보던 A씨에게 암표상이 “자리가 좁아 보이는 데 익사이팅존 표를 사지 않겠느냐”며 접근했다는 것.
A씨는 결국 불편하게 경기를 관람하기 싫어 이 암표상에게 1만9000원짜리 익사이팅존 표를 1장당 2만7000원씩 3장 구입했다.
A씨는 “(내) 키가 164㎝인데도 앞좌석에 다리가 닿다보니 180㎝이 넘는 신랑은 제대로 앉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비좁아 하는 수 없이 암표를 샀다”며 “암표상이 야구장 안까지 들어와 장사를 하는데 한화는 도대체 뭐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힐난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구단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매 경기 50여 명이 넘는 스태프들을 배치했지만, 암표 단속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더구나 구장 인근에 암표근절을 위한 계도 표지판조차 찾아볼 수 없다.
중부서 생활질서계 관계자도 “한화 구단 측에서 단속에 나선 것을 보지 못했다”며 암표단속에 무관심한 한화를 꼬집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구단이 암표를 적발한 사례는 없다”며 “외부에서는 (암표매매를)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구장 안까지 암표상이 들어온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구장 스태프들이 암표단속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지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해명했다.
최두선ㆍ강제일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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