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부의 왕]'아부' 한 수 좀…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아부의 왕]'아부' 한 수 좀…

고지식 영업사원의 보험왕 프로젝트 감독:정승구 출연:송새벽, 성동일, 김성령, 고창석

  • 승인 2012-06-21 14:25
  • 신문게재 2012-06-22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동식은 아부의 개념이 뭔지도 모르는 눈치없는 직장인. 홈쇼핑 사업권을 따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라”는 '갑'의 형식적인 한 마디에, 산행에서 '갑'을 가볍게 앞지르는 그다. 그가 '아부'를 배운다.

“아부란 상대의 요구에 꽂히는 미사일 같은 것.” 아부의 고수는 아부를 이렇게 정리한다. 영업에 성공하려면 상대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아부는 필수 덕목. '아부의 왕'은 직장생활을 무대로 한 무협지다. 순수남은 '무공'을 쌓기 위해 '고수'를 찾아가고, 기본에서 필살기까지 전수받고 익히며, '청출어람', 스승을 넘어서 보험왕에 오르는 과정은 딱 무협지다.

눈치도 융통성도, 약에 쓸래도 없는 '고지식' 동식(송새벽). 만년 교감 아버지를 교장으로 승진시키기 위해 뇌물을 뿌린 어머니 때문에 사채 빚을 떠안게 되고, 빚을 갚으려면 단기간에 보험왕이 돼야 한다. 하지만 융통성 제로인 그가 영업이 될 리 만무. 우연히 접한 '감성 영업의 법칙'이라는 비법책을 보고는 '혀의 고수'(성동일)를 찾아 아부의 기술을 전수 받게 된다. 성동일의 애드리브와 송새벽 특유의 어눌한 연기는 찰떡궁합이다.

혀고수의 지도 아래 동식이 아부의 재미를 알아가며 '아부의 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찰진 대사와 절묘한 호흡으로 객석을 “빵” 터뜨려 놓는다.

“자존심이란 놈은 출근 전 냉장고에 잠시 보관해 놓는 것”이라는 직장생활의 지혜, '침묵'을 기본으로 “눈을 3초간 맞춘 뒤 4초간 미소를 보낸다. 그러나 5초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3, 4, 5의 법칙', “암요, 그럼요, 별말씀을”을 콤보로 풀어내는 '맞장구의 법칙', '반가사유상의 그윽한 미소' 등 아부 아니 '감성 영업'의 비법은 극 중 동식뿐 아니라 관객들도 새겨둘 만하다. 폭소급이지만 직장인들의 삶, 서민들의 애환을 적절히 녹여낸 웃음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혀고수의 가르침에 활짝 피어난 웃음은 동식이 고속성장하고 난 후 갑자기 시들해진다. 뜬금없이 첫사랑과의 로맨스가 끼어들면서 영화는 점점 아부란 소재에서 멀어지더니 급기야 가야 할 방향을 잃어버린다.

“진정한 아부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거지만 순정만큼은 버릴 수 없다”는 동식의 대사엔 진정성과 순수함은 있지만 웃음기는 없다. 아부계의 또 다른 고수인 예지(김성령)가 우아한 매력에 '확 깨는' 행동으로 웃음을 살리려 애쓰지만 역부족이다. 언제부터인지 알 순 없지만 한국 코미디 장르는 코미디에 로맨스, 감동을 모두 집어넣으려는 억지를 부린다. '댄싱퀸'처럼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가 실패. '과속스캔들'처럼 코미디면 코미디답게 웃음 하나로 끝까지 밀고 가는 뚝심이 오히려 먹힌다. 성동일-송새벽 같은 재주꾼이 있다면 더욱 그렇다.

안순택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5.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3.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4.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