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쓰 GO]대인기피증 그녀, 범죄의 여왕되다

고현정의 첫 원톱영화, 성적은 글쎄… 감독:박철관 출연:고현정,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

줄거리:심한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천수로. 어느 날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위기에 처하는데, 길 가던 수녀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린다. 수녀의 부탁으로 케이크와 꽃다발을 전하러 간 호텔. 그런데 호텔엔 두 남자가 죽어있었다.

'미쓰 GO'의 관심 포인트는 단연 고현정이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로는 첫 출연작. 게다가 범죄물 장르에서 보기 드문 '여배우 원톱'이다. 타이틀도 그녀의 성에서 따온 듯하다. 제작진은 '선덕여왕'의 미실, '대물'의 서혜림 등 안방극장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와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드는 연기력을 기대했을 터. 고현정은 짜장면 배달도 누군가의 손을 빌려야 하는 공황장애 환자 천수로를 연기한다. 자신들의 마약거래를 망친 '노란 장미'가 천수로라고 오인하는 부산 최대 조직 백호파 보스 백봉남(박신양)과 살무사파 보스 사영철(이문식)로부터 쫓기는 역이다.

'미쓰 GO'는 어리버리 촌스런 천수로가 범죄조직과 경찰에 쫓기면서 사랑도 하고 상상도 못한 범죄의 여왕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집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려운 천수로의 바깥세상 도전기이자 갑자기 훌쩍 커버리는 성장담이다. 안방극장서는 '흥행 퀸'이지만 스크린에선 '신인'인 고현정에게도 도전기, 성장담이다. 기존의 카리스마를 벗어 던진 소심한 모습이 좀 어색하긴 해도 고현정은 천의 표정으로 이름값을 한다. '민낯'에, 화제가 된 유해진과의 키스신, 영화 외적인 이야기지만 물 공포증이 있는 그가 과감히 물에 뛰어드는 열정이 이 영화를 구원한다.

유해진 성동일 이문식의 변신도 볼 만하다. 특히 눈부신 액션을 펼치는 '빨간 구두' 유해진은 촌티를 멋고 멋진 남자로 변신했다. 물론 관객들을 빵 터뜨리는 입담은 여전하지만 천수로를 보호하면서 둘 사이에 싹트는 로맨스는 색다른 맛이다. 웃음기를 싹 뺀 성동일과 이문식은 각각 능글맞은 형사반장과 좌충우돌 보스로 시종 살벌한 분위기다. 깜짝 출연한 박신양은 짧지만 강렬한 카리스마로 방점을 찍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미쓰 GO'는 손에 든 좋은 패만 보고 연신 “고”를 외치는 화투판의 '초짜' 같다. 손에 든 패만 잘 챙겨도 괜찮았을 텐데 연거푸 헛손질이다. 무엇보다 짜임새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돈과 마약을 선점하려는 음모가 디테일하게 짜여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를 주는 것도 아니고, 무식한 조폭이나 역시 조폭이나 다를 게 없는 경찰이 건져 올리는 웃음은 공허하다.

무엇보다 영화의 핵심인 천수로의 갑작스런 변신이 뜬금없다. '빨간 구두'의 변심에 천수로가 분기탱천하고,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식으로 설명하기엔, 이들의 로맨스는 인상적이지 않다. 용두사미라고 할까. 웃고 싶어도 웃을 곳이 없고, 빠져들고 싶어도 빠져들 곳이 없다. '오락 블록버스터'라 더니, 고현정의 다채로운 표정연기를 보는 것만으로 달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외려 범죄의 여왕으로 변신한 고현정을 화려한 색채의 그림으로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한 엔딩크레딧이 눈길을 끈다.

안순택 기자 soot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