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 |
제조하는 공장에 가 보면 곳곳에 낡은 원부자재 기계시설을 철거해 놓은 폐자재를 수없이 많이 볼 수가 있다. 왜 쌓아 놓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개 다음에 또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쌓아 놓고 있다고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다시 활용하기보다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폐기 처리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그때 버릴 것을 버리지 않고 계속 쌓아 놓으면, 공장 창고나 야적장의 면적만 차지하고 시간이 갈수록 녹이 나 변질되어 더욱 쓸 수 없게 된다. 애초에 폐기처분하였더라면 보관하느라고 면적을 차지하는 손실, 보관을 위한 인건비도 안 들었을 것이다.
어느 생산 공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공장 신축공사를 끝내고 정리 정돈을 하는데 폐기물을 한번 치우기 시작했더니 수십 트럭분이 나와 모두 놀란 적이 있다. 발생 즉시 폐기할 것과 재활용할 것을 분명히 가려, 폐기할 것은 곧 폐기하고 재활용할 것은 깨끗한 상태로 보관토록 해야 다음에 다시 재활용 할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각 사무실을 보면 모든 서류가 넘쳐흘러 책상 위부터 캐비닛 위에 까지 쌓아두어 마치 종이공장ㆍ폐지공장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서류 없는 사무실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모든 서류는 전자 결재로 하여 종이서류 자체를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보관하면 언젠가 참고가 될 것 같아 보관하는 것 같은데, 이를 줄이는 방법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몇 년 전부터 부르짖어도 아직도 서류는 계속해서 쌓여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웬만한 보고서는 컴퓨터 화면으로만 조회해 보고 usb 메모리로 보관하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고 차지하는 면적도 종이에 인쇄한 것보다 몇 백 분의 일을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종류가 수백 수천 종에 이르면 어쩌다가 고객이 찾을까 해서 계속 쌓아 두면 구색을 갖추자고 쌓아 두는 것이 창고의 천장까지 닿게 된다. 그러나 제품 자체에 계절성이나 유행성이 있을 때에는 이렇게 보관한 제품은 철이 지나거나 유행이 지나면 반액 세일을 해도 처분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모든 제품을 생산할 때에는 잘 팔릴 히트 상품이 되리라는 기대 속에 생산을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신제품 모두를 히트 상품으로 판매하는 방법은 없을까?
야구에서 10할 타자가 없는 것과 같다.
10할을 못 친다고 트레이드 안하고, 팀의 평균타율 이하의 타자를 트레이드 하거나 방출 하듯이, 제품도 어느 정도 회전이 안 되는 것부터 과감하게 처분해야 한다. 보통 방법으로 안 팔리면 덤핑을 해서라도 처분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어느 제조회사는 매분기별로 분석해서 자사 제품의 판매량이 부진한 5% 미만인 것은 무조건 생산라인에서 삭제해 생산을 중지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끝으로 버리는 우리문화가 더운 발달되어야 할 부문은 공해물질과 산업폐기물이다.
생산을 계속하면 원천적으로 물, 대기오염, 분진 등의 공해물질과 각종 산업쓰레기에 해당되는 폐기물도 같이 생산하게 되어 있다. 각종 규제 법규에 맞추어 범위 이내로 해서 버리는 것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문화 속에서 새로운 그 무엇이 더 쉽게 탄생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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