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민]버리는 문화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희민]버리는 문화

[중도프리즘]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

  • 승인 2012-06-21 14:20
  • 신문게재 2012-06-22 21면
  • 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
▲ 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
▲ 이희민 대전대 겸임교수
우리는 1950ㆍ60년대 어려운 시기를 경험해서 모든 자원의 부족한 시대를 겪어 왔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버리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효용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물건에 대해서는 버리는 것이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며 언젠가는 또 필요로 하겠지 생각하고 보관하게 되며 버리기보다는 보관하고 있는 문화에 더 익숙한 게 우리의 현실이다.

제조하는 공장에 가 보면 곳곳에 낡은 원부자재 기계시설을 철거해 놓은 폐자재를 수없이 많이 볼 수가 있다. 왜 쌓아 놓고 있느냐고 물으면 대개 다음에 또 쓸 일이 있을 것 같아 쌓아 놓고 있다고 하는데, 몇 년이 지나도 다시 활용하기보다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폐기 처리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때그때 버릴 것을 버리지 않고 계속 쌓아 놓으면, 공장 창고나 야적장의 면적만 차지하고 시간이 갈수록 녹이 나 변질되어 더욱 쓸 수 없게 된다. 애초에 폐기처분하였더라면 보관하느라고 면적을 차지하는 손실, 보관을 위한 인건비도 안 들었을 것이다.

어느 생산 공장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인데 공장 신축공사를 끝내고 정리 정돈을 하는데 폐기물을 한번 치우기 시작했더니 수십 트럭분이 나와 모두 놀란 적이 있다. 발생 즉시 폐기할 것과 재활용할 것을 분명히 가려, 폐기할 것은 곧 폐기하고 재활용할 것은 깨끗한 상태로 보관토록 해야 다음에 다시 재활용 할 수가 있다.

그뿐만 아니다. 각 사무실을 보면 모든 서류가 넘쳐흘러 책상 위부터 캐비닛 위에 까지 쌓아두어 마치 종이공장ㆍ폐지공장을 방불케 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기업이 서류 없는 사무실 만들기 캠페인을 하고 있으며 모든 서류는 전자 결재로 하여 종이서류 자체를 볼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보관하면 언젠가 참고가 될 것 같아 보관하는 것 같은데, 이를 줄이는 방법도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종이 없는 사무실(paperless office)을 몇 년 전부터 부르짖어도 아직도 서류는 계속해서 쌓여 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웬만한 보고서는 컴퓨터 화면으로만 조회해 보고 usb 메모리로 보관하면 나중에 찾아보기도 쉽고 차지하는 면적도 종이에 인쇄한 것보다 몇 백 분의 일을 줄일 수 있는 일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종류가 수백 수천 종에 이르면 어쩌다가 고객이 찾을까 해서 계속 쌓아 두면 구색을 갖추자고 쌓아 두는 것이 창고의 천장까지 닿게 된다. 그러나 제품 자체에 계절성이나 유행성이 있을 때에는 이렇게 보관한 제품은 철이 지나거나 유행이 지나면 반액 세일을 해도 처분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모든 제품을 생산할 때에는 잘 팔릴 히트 상품이 되리라는 기대 속에 생산을 하겠지만 어떻게 하면 신제품 모두를 히트 상품으로 판매하는 방법은 없을까?

야구에서 10할 타자가 없는 것과 같다.

10할을 못 친다고 트레이드 안하고, 팀의 평균타율 이하의 타자를 트레이드 하거나 방출 하듯이, 제품도 어느 정도 회전이 안 되는 것부터 과감하게 처분해야 한다. 보통 방법으로 안 팔리면 덤핑을 해서라도 처분을 해야 할 것이다.

일본의 어느 제조회사는 매분기별로 분석해서 자사 제품의 판매량이 부진한 5% 미만인 것은 무조건 생산라인에서 삭제해 생산을 중지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끝으로 버리는 우리문화가 더운 발달되어야 할 부문은 공해물질과 산업폐기물이다.

생산을 계속하면 원천적으로 물, 대기오염, 분진 등의 공해물질과 각종 산업쓰레기에 해당되는 폐기물도 같이 생산하게 되어 있다. 각종 규제 법규에 맞추어 범위 이내로 해서 버리는 것 또한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버릴 것을 과감하게 버리는 문화 속에서 새로운 그 무엇이 더 쉽게 탄생하지 않는가 생각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