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구섭 한국무역협회 건설추진단장 |
공명은 그 당시 벌써 경험적으로 기후 통계를 이용한 것이다. 반면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고현정 분)은 일식과 같은 천체의 원리로 백성들을 속여 자신을 신적인 존재로 받들게 한다. 천문 통계를 악용한 것이다.
통계란 자연과 사회 현상을 규명하기 위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여 적절한 방법을 통하여 분석한 정보를 말하며, 이는 숫자ㆍ그래프ㆍ도표ㆍ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된다. 일기예보ㆍ여론조사ㆍ스포츠 분야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통계 지표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통계는 미래의 삶을 위한 지표로서 더욱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일기예보는 수학적 확률과 통계를 바탕으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해주는 것으로서 우리 실생활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로 자리 잡았다. 선거철이 되면 각 정당은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통계를 내어 국민들의 생각을 예측하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포츠에서도 통계는 깊게 자리를 잡고 있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분야는 야구다. 선수의 타율, 타점, 방어율, 도루 성공률 등 많은 부문에서 통계를 사용하여 감독은 작전을 하고 관중은 야구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반면에 통계 속의 숫자로 우리를 현혹하거나 속이는 현상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는 말이 있다. 통계에 대한 불신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경구다. 통계는 크게 세 가지 방법에 의해 잘못 사용된다. 첫째는 통계를 만드는 주체가 의도적으로 왜곡 조작하여 속이는 방법이고, 둘째는 그들 자신들도 모르게 사용한 잘못된 기법에 의해 틀린 통계를 생산하는 경우이며, 셋째는 통계의 숫자를 보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본래의 뜻과 다르게 해석되는 것이다. 이러한 '나쁜 통계'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그것을 가려내려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와 통계청이 통계 조작으로 국가의 재정위기를 감추는 사이에 그리스 국민은 나라가 망하는 줄도 모르고 해결할 시간마저 놓친 것이다. 국가가 통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하여 악용을 하면 그 파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그리스 사례를 보면 통계의 정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가 2500만명을 돌파하고 고용률도 60.5%로 작년동월대비 0.4%포인트 상승했으며 전체 실업률도 3.1%로 올 들어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2년간 우리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자축했다. 이 수치가 틀린 통계는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왜 고개를 갸웃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일자리가 없어서 특히 청년 실업으로 난리이기 때문이다. 3%대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 상태를 의미한다. 실업자들은 완전고용 상태인 이 수치를 보면서 자괴감만 생기고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업률 공식에 함정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실업률의 정의가 너무 정부의 발표용 위주로 되어 있지는 않은가? 실질 실업률과 동떨어진 공식 실업률은 정부와 기업의 일자리 대책의 현실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착시 현상만 일으킬 뿐이다. 미국과 캐나다처럼 다양한 보조 지표를 개발해 '착한 통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 수준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착한 통계'를 통해 좋은 정보를 얻어내느냐,'나쁜 통계'에 속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느냐 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성숙한 통계 정신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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