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있으면 단오를 맞이한다. 지금은 단오라 하더라도 이 날이 무슨 날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잊고 사는지가 오래되었다. 24절기 가운데 하나쯤으로 인식되곤 한다. 그것도 관심을 기울일 때 그럴 뿐이다. 그러나 단오는 설, 한식,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에 속하는 날이었다. 특히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쌍오일이라 하여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여겨져서 한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위한 준비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닥쳐올 여름철의 각종 질병을 예방하고 다가올 한여름에 일어날 여러 가지 나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날로 삼았다. 이때는 바로 모내기와 뜬모심기까지 다 끝낸 뒤여서 농한기에 들어가는 날이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무덥고 짜증나는 한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들이 발동되곤 하였다. 무엇보다도 먼저 무더운 여름에는 피부병이나 전염병들이 그 어느 절기보다도 많이 생겨나기 때문에 의료시설이나 의약품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이러한 질병들에 걸리지 않는 것이 건강한 생활의 지름길이었다. 그러므로 어른들의 경험과 효험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물질들이 주로 쓰였다.
그 대표적인 물질이 창포와 쑥이었다. 창포와 쑥은 예로부터 약용으로 쓰이는 물질이었다. 창포는 채취하여 하루저녁 이슬을 맞힌 뒤에 이슬을 받아서 얼굴에 바르고 이슬 맞은 창포는 삶아서 삶은 물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면 약리작용으로 영양이 부족한 얼굴에 자주 피는 마른버짐이나 머리와 머리칼, 몸을 청결하게 하여 피부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창포 특유의 향기도 있어 맑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창포와 쑥을 같이 삶은 물로 목욕을 하면 더 좋은 향취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건강에 좋은 쑥떡을 해먹기도 했는데, 특히 이 때 만들어 먹는 쑥떡의 생김새가 수레바퀴처럼 둥글게 생겼다고 하여 수리떡이라 했다. 그래서 단오를 수릿날이라고도 했다. 지금도 쑥개떡을 만들어 먹는데 그 모양이 수레바퀴처럼 둥글다. 이 밖에도 그네뛰기와 씨름 등을 해서 체력단련으로 한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이러한 단오의 정취를 신윤복의 '단오풍경'이라는 옛 그림에서 한 눈에 찾아 볼 수 있다. 모쪼록 이번 여름에도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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