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학교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온갖 파행이 빚어지고 있으니 문제다. 전교조대전지부가 내놓은 교과과정 파행 사례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이다. 시험 당일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아이를 짝을 짓는 방식으로 자리를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부정행위를 사실상 방조하거나 묵인하는 행위라는 게 전교조의 주장이다.
또한 운동부나 기초미달이 예상되는 아이들에겐 찍는 방법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이런 비교육적인 일이 정말로 우리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치러진 평가라면 과연 정상적인 학업성취도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강요, 예체능 대신에 국영수 수업, 정규수업시간에 문제풀이 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평가를 앞두고 항상 지적돼왔지만 고쳐질 기미는 없다. 성적에 따라 학교를 줄 세우고, 학교성과급 지급과 교장ㆍ교감 직무평가에도 반영된다. 이러다 보니 부작용은 외면한 채 학교마다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 전인교육이라는 본령을 기대하기 힘들어진 지 오래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학교 줄 세우기를 위해 어린 아이들에게 쉬는 시간에 문제풀이를 시키고 예능ㆍ체육 시간에 영어나 수학문제 풀이를 시키는 것은 용인하기 힘들다. 국가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의 해결책으로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덜고 인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고작 성적 올리기 경쟁인가.
현 정부 교육정책의 양대 축이 자율과 경쟁이다. 자율은 어디 가고 경쟁만 남았는지 개탄스럽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 취지에 맞게 활용하려면 모든 파행적인 행태를 못하도록 엄히 막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성적지상주의나 부추기는 도구로 전락할 바에야 없애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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