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침체에 빠진 시장을 회복세로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라도 분양가상한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한 규제다. 제도를 바꿀 때도 시장 상황에 맞는 규제인지 여부에 따르는 게 사리에 맞다. 주택시장이 냉각돼 있고 '착한 가격'을 좇는 수요자 분위기, 주택 품질 저하 등이 주로 상한제 폐지 논리로 꼽힌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실익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면 존치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지역 주택 분양시장만 해도 미분양 물량 해소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을 굳이 통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상한제 규제 도입 당시의 부동산 과열기와는 사정이 상당히 달라져 있다. 상한제는 호황기에 만든 제도임에 틀림없다. 상한제가 폐지되면 분양가가 천정부지로 뛴다는 주장도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지난 국회에서 개정안이 3년 넘게 표류하는 바람에 시장 불안정성만 키운 전례가 있다. 여야의 의견 불일치로 법안 상정조차 하지 못한 전례가 재연될 소지가 있다. 또 다시 정치적 논리로 기대감만 부풀려 놓는다면 정책 신뢰성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상한제로 인해 신기술과 고급 자재를 사용하는 다양한 주택 공급이 어렵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상한가 설정이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고 주택사업 투입비용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택업계의 줄기찬 주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비자 선택권이 커져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자체 분양가 심의위원회의 역할도 유명무실해진 곳이 많다.
개정안은 제도적으로 전면 폐지가 아닌 사실상 폐지다. 만약 모를 분양가 상승 역기능을 막을 '도구'로 꺼내 쓸 융통성은 남겨뒀다. 경직적인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정부가 예외적,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정책 불확실성 해소와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 어떤 식으로든 상한제는 손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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