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만 39가지… 송곳지적에 움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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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만 39가지… 송곳지적에 움찔

합동점검반 17곳 투입, 직원건강 체크까지 업체 긴장 역력

  • 승인 2012-06-18 18:23
  • 신문게재 2012-06-19 2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동행취재-학교급식 납품업체 불시점검

▲ 18일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업체 특별합동점검이 실시돼 동구 가양동의 학교급식 거래업소에서 관계자들이 냉장보관상태등을 점검하고있다. 
<br />손인중 기자 dlswnd98@
▲ 18일 학교급식 식자재 공급업체 특별합동점검이 실시돼 동구 가양동의 학교급식 거래업소에서 관계자들이 냉장보관상태등을 점검하고있다.
손인중 기자 dlswnd98@
18일 오후 1시 30분 동구 가양동 A 학교급식 납품업체. 20여곳의 학교에 쇠고기와 돼지고기 등 육류를 납품하는 이 업체에 3명의 불청객(?)이 급습했다. 대전교육청과 대전식약청, 구청, 소비자 감시원 등으로 구성된 학교급식 합동점검반이다.

수의계약 중심이던 학교급식 납품이 전자조달시스템으로 바뀌면서 기승을 부리는 이른바, 부적격업체를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이 시스템을 도입한 부산 등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국무총리의 지시사항이 떨어진 것이다.

대상은 올해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학교급식 거래실적이 있는 96곳 중 17곳으로, 모두 5개 조의 점검반이 투입됐다. 이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점검반이 39가지의 중점 점검 항목이 적힌 점검표를 내놓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서류부터 시작했다. 최근 2년간 식품 구매와 운반, 보관, 판매 등의 과정에 대한 거래 내역과 냉장과 냉동 시설 구비 여부, 식품 보존 및 보관기준 적합 관리 여부, 직원 건강진단결과서 등 예상보다 방대했다.

“3월부터 지금까지 거래 현황을 보여달라”, “학교급식 납품 현황 자료는 있는가”, “최근 2년간 자료는 모두 보관하고 있는지” 등 대전교육청 변상열 주무관의 질문이 쏟아졌다.

말 그대로, 불시점검이라 한산했던 사무실이 갑자기 분주해진다. 쏟아지는 서류 요청에 인쇄와 복사 등 직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영문을 잘 모르는 직원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하다.

서류 검토가 끝나자, 현장으로 이동한다. 좌대저울, 연육기, 자외선 소독기, 냉동ㆍ냉장 육절기, 골절기 등 각종 장비가 있는 곳이다. 육류 손질과 포장과 처리, 저장하는 이곳에서 점검반의 지적은 더 날카롭다.

“냉동실 온도 영하 19℃로 유지해야 하는데, 열었다 닫았다 하면 그게 가능한가”, “왜 부산물을 완제품 냉장고에 보관하나”등 꼼꼼히 묻는다.

한바탕 소란 후 점검반의 달래기가 시작됐다. 사실 이번 점검의 목적은 전자조달시스템 시행에 따른 의견수렴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급식업체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변 주무관은 “전자시스템 도입 후 현장 확인 없이 서류만으로 입찰하다 보니, 부적격업체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청 송인홍 위생담당은 “품질과 위생, 시설을 제대로 갖춘 업체가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입찰만 잘해서 낙찰받으면 된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사실 갈수록 수준미달의 업체가 늘고 있다. 건전한 업체가 살아야 학교급식의 질이 높아지고, 안전도 보장할 수 있다”며 “시설 기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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