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폐지… 행정견제는 누가

  • 정치/행정
  • 지방정가

기초의회 폐지… 행정견제는 누가

단순 위임사무 처리구조로 지방자치제도 흐름 역행 주민 행정문턱 높아지고 서비스 불균형 등 우려

  • 승인 2012-06-17 16:25
  • 신문게재 2012-06-18 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긴급점검- 지방행정체제개편 무엇이 문제인가](중) 자치구 지위 및 기능 개편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개편위)가 발표한 광역시의 자치구와 군의 지위 및 기능개편안은 기초자치단체에 자치권을 인정하지 않고 단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하급행정기관화를 골격으로 하고 있다.

개편위는 광역시 자치구ㆍ군의 행정체제 개편에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전국 6대 광역시에 49개 자치구와 5개 군의 구청장과 군수를 시장이 임명하고 구ㆍ군의회를 구성하지 않는 방안이다.

시장은 시의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구청장과 군수를 행정직 공무원으로 임명하고 구청장과 군수는 6급 이하의 공무원에 인사권이 제한된다. 이러한 자치구와 군은 재량재원과 예산편성요구권, 규칙제정과 조례발의권이 없으며 국가와 시의 사무를 위임받아 보건복지와 주민생활사무를 제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로서의 법인격은 없어 재산세 등의 기존 자치구세도 시세로 전환된다.

개편위의 제2안은 광역시의 자치구와 군수를 주민들이 직접 선출하되 의회는 미구성하는 방안이다.

자치구와 군이 처리하는 업무범위는 제1안과 동일하나 선출직 구청장과 군수는 자치구의 예산편성을 시의회에 요구할 수 있고 5급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위임사무에 한정된 규칙제정권과 조례 발의권을 지닌다.

두 가지의 개편안은 자치구와 군의 자치권(법인격)을 인정하지 않고 기초의회도 구성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로서 법인격이 주어지고 일정한 한도 내에서 예산 등의 자치권이 인정되던 광역시 자치구와 군을 시장의 지휘ㆍ감독을 받아 단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행정구로 전환함을 의미한다.

자치구가 광역시의 종합계획에 반발해 대도시의 종합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재정여건에 따른 자치구간 서비스 불균형, 생활권과 행정권의 차이로 주민불편 등의 문제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또 자치구나 군에 기초의회를 두지 않고 시의원을 증원해 구와 군의 예산을 구청장과 해당 구 지역의 시의원, 주민자치회장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통해 심의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개편위의 지방행정체제개편안은 지방자치제도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방자치제도는 행정구를 법인격의 자치구로 전환한 1988년 지방자치법 개정과 1991년 구의회 구성, 1995년 구청장 직선도입의 추세에 역행하는 것.

더욱이 광역시의 자치구와 군은 도시문제 해결의 최일선에 있는 주민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자치단체로서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문창기 사무국장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20년간 이루어온 주민밀착형 행정이 후퇴하는 결과가 우려되고 주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되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또 임명된 행정직공무원이 단체장인 지방자치단체가 정책결정에 있어 주민의견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과 민원처리 지연을 부를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지방의회를 폐지해 자치구청장의 정책추진에 대한 견제기능 약화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을 위반한 논란도 안고 있다.

박환용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은 “광역시가 자치구의 행정을 모두 결정하겠다는 것은 지역의 특수성을 살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시민들이 경험하는 행정의 문턱이 상당이 높아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