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임]문화도시 대전의 미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전정임]문화도시 대전의 미래

[문화 초대석]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교수

  • 승인 2012-06-17 13:35
  • 신문게재 2012-06-18 20면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교수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교수
▲ 전정임 충남대 예술대 음악과 교수
대전이라는 도시에 둥지를 튼 지도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채워져 간다. 직장 문제로 대전으로 근거지를 옮겨와 처음에는 길이며, 사람이며, 풍광이며 모두가 생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10년… 지금은 나도 모르게 '~한겨', '기여'하는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정도로 이곳이 익숙해졌다.

처음 대전에 도착해서 조금 의아스러웠던 것은 광역시 명칭을 얻고 있는 대전이 문화적으로는 상당히 움직임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음악회 개최 수나 세계유명연주자들의 방한연주의 유치면에서도 수도권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대전 지역 문화인력 인프라도 매우 부족한 현실이었다. 수도권의 문화적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고, 수준 높은 예술가들이 매년 배출되고 있는 이 대전이라는 도시에서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름대로는 상당히 의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대전 출신의 예술가들 중 출중한 사람들이 다수 있지만 대전이 수도권에 가깝기 때문에 그 예술가들은 지역보다는 중앙무대에서 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서울에서 연주를 하면 대전 지역 청중들이 서울로 가서 연주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굳이 대전에 내려와서 다시 공연을 개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수도권에 가깝다는 것이 문화적으로는 발전의 방해 요인이 되어온 것이다.

그 후 10년, 대전의 문화계는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었음을 실감한다. 한 마디로 이제는 문화적 불모지라는 오명(汚名)에서 벗어나 상당한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문화도시로 변모하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 대전의 문화적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다.

지난 5월 22일에서 24일까지 충남대학교 국제문화회관 정심화홀에서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공연이 있었다. 개교 60주년 행사의 일환으로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음악과에서 마련한 행사였다. 이 작품은 내용이 가볍고 코믹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어있어 청중들 입장에서는 다른 오페라와는 달리 무거움을 느끼지 않고 즐겁게 관람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반면에 배역을 맡은 성악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이 되는 작품이다. 한 사람의 배역이 맡아야 하는 분량이 매우 많고, 가사도 빠르게 붙여져 있어 암기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리아 이외에 중창의 분량도 많아 연습에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막이 올라가니 공연이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주인공 역을 맡은 성악가뿐만 아니라, 합창, 오케스트라, 무대장치, 연출, 안무 등이 모두 수준급 이상이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주인공들이 재학생으로만 구성되었던 첫 날 공연이었다. 배역을 맡은 재학생들은 전체 공연을 충분히 소화하면서 성악적 기교면에서나 표현적 측면에서도 기성 성악가 못지않은 기량을 보여주었다. 충남대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둘째날과 셋째날 공연도 역시 훌륭했다.

이번 공연을 보면서 문화도시로서의 대전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라나는 세대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했고, 대전 출신의 문화 인프라 층이 매우 두텁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문화향유의 기회가 매우 확대되었다는 점도 문화발전의 척도를 가늠하게 하는 요소가 된다. 이제는 대전도 전문오페라하우스를 만들어 지역 출신 문화예술인들로만 공연을 꾸려가도 충분한 문화 인프라가 축적되어있는 대구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겠다. 이렇듯 저력이 갖춰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문화 인력들의 응집력과 그러한 응집력을 대외로 펼칠 수 있는 대전시의 아낌없는 재정적 지원일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