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외부 전문기관에 용역을 발주하고 실행 계획조차 건성인 기존의 안일한 발상부터 고쳐야 한다. 유사ㆍ중복은 용역 남발을 뜻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예산 낭비를 불렀다. 결과물은 그러고도 미미한 활용에 그치거나 사장되기 일쑤였다. 시정 장기 전략과 비전보다 지자체의 논리나 입맛에 맞게 용역이 이뤄지는 부분마저 없지 않았다.
일반적인 용역 남발의 실태를 보면 계획을 세우기 성가시거나 민원 발생 소지가 크고 여론의 비난을 받는 경우, 사업을 과장할 때, 또는 만약의 과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보험'의 성격이 있었고 결국 이것이 남발을 부르는 요인이 됐다. 민선 5기 대전시 용역사업 심의 건수가 878건에 이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뒷북행정을 피하고 대전시가 밝힌 용역 결과물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려면 실명으로 책임지는 풍토가 돼야 한다. 용역실명제의 대상엔 의뢰부서의 실무자와 국장급까지의 상급자, 연구 수행기관 연구원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그보다 용역 의뢰 전 대전시의 미래 비전에 맞는지, 필요성 검증부터 하는 게 순서다. 용역계약이 특정 연구기관에 몰리는 현상도 타당성 확보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방의회도 봇물을 이루는 용역 발주를 행정감사나 예산심사 과정에서 걸러내고 부풀려진 사업 규모는 최적화해야 한다. '용역 남발은 기본, 혈세 낭비는 필수' 코스처럼 된 용역 만능의 폐습은 사실 대전시만의 일은 아니다. 대전시를 비롯한 지자체의 용역사업에 공무원 편의주의, 용역을 위한 용역이 깨끗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대전시 관계자의 말처럼 용역 활용 상황을 시민 누구나 투명하게 알도록 공개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대전광역시 용역사업 등 조정협의회 운영규정'은 현실성, 실현성이 약한 용역사업에 대한 사전 통제나 심의 구실을 사실상 하지 못 했다. 운영 규정을 조례로 격상하고 조례상 통제 장치를 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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