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도저식 추진 '지방자치 역행'

홍성ㆍ예산 여론조사 안해, 의견수렴절차 무시 효율성에만 치중, 주민에 행정서비스 포기 강요

[긴급점검-지방행정체제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상) 시ㆍ군ㆍ구 통합

시ㆍ군ㆍ구 통합=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개편위)가 확정ㆍ발표한 지방행정체제개편안에 따르면 전국 16개 지역, 36개 시ㆍ군ㆍ구가 통합 대상으로 선정됐다. 시ㆍ군ㆍ구 통합은 주민생활 편익증진, 행정 효율성 확보, 지역의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추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지역으로부터 건의된 20개 지역, 50개 시ㆍ군ㆍ구에 대한 심의절차를 거쳐 6개 지역, 14개 시ㆍ군을 선정했다. 의정부+양주+동두천, 전주+완주, 구미+칠곡, 안양+군포, 통영+고성, 동해+삼척+태백 등이다. 건의지역으로 분류됐던 논산과 계룡은 제외됐다.

미건의 지역 중 도청이전 지역(홍성+예산, 안동+예천)과 새만금권(군산+김제+부안), 광양만권(여수+순천+광양), 인구 또는 면적이 과소한 자치구(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동구, 수영구+연제구, 대구 중구+남구, 인천 중구+동구) 등 9개 지역, 20개 시ㆍ군ㆍ구가 선정됐다. 청주와 청원은 특별법상 특례를 인정받아 대상에 포함됐다. 시ㆍ군ㆍ구 대상에 포함된 지역은 해당 지자체 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 과정을 통해 주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국회에서 논의와 입법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여론수렴 부족ㆍ지방자치 역행=정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 여론수렴 부족과 지방자치의 역행이라는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특히 지나치게 지방자치의 효율성에 초점이 맞춰져 주민들이 누려야 할 차별적인 행정서비스의 포기를 강요한다는 지적도 있다.

개편위는 통합 대상지역 주민의 의견을 묻는 주민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특별법 제17조에는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실시한다'고 돼 있어 주민투표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전문가들 역시 행정구역 통ㆍ폐합과 지자체 권한 축소라는 점에서 지방자치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내 놓고 있다. 또 시ㆍ군 통합 대상 선정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선 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상임대표는 “주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정권 차원에서 일방적 결정은 대단히 심각한 오류이고,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대통령 소속에 추진위를 만들어 놓고 실적, 건수 위주의 개편작업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연정 배재대 공공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의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추진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개편이 국정을 운영하는데 효율적일 수 있지만 수요자 중심의 생활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반드시 시ㆍ군을 통합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태구 기자 hebala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