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화 편집부장 |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에 등장할 법한 위험한 순간이지만 주야 불문하고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슬아슬한 장면이다. 스생(生)스사(死). 스마트폰에 살고 스마트폰에 죽는다고 할 만큼, 우리들의 시선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스마트 폰에 꽂혀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 앞에 내가 있고, 내 앞에 스마트 폰이 있으면 시공 구분없이 세상의 전부다. 디지털 시대, 스마트 폰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생활상을 놀랍게 변화시키고 있다는 이야기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는 대표적인 아날로그 방식였던 종이시대의 종말을 더욱 부채질한다. 가장 오래됐고 세계적으로 700만질이나 판매된 영문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가 244년 만에 종이책 발간을 멈췄다. 종이의 위기는 활자책의 위기, 독서의 위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해 '스마트폰 보유 여부에 따른 독서실태' 여론조사 결과 우리나라 사람 76%가 대중교통으로 이동할 때 휴대폰 기능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시간이 수십분에 불과하다지만 버스나 지하철 승객 대부분은 책을 읽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게임기, 태블릿PC로 게임, 동영상 시청, 음악 감상, 카톡에 열중한다.
사실 책읽기의 효용은 삶의 나침반, 마음의 양식이라는 정서적 측면 이 외에도 세속적 '성공'에 필요조건이다. 국내 최고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의 공통된 생활습관중에 '독서'가 빠지지 않았고 '굿 리더(good leader)는 굿 리더(good reader)'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독서의 유용함은 동서고금과 분야를 따지지 않았다. 아날로그 시대의 책 읽기가 어떠했는지는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김영수 지음)에서 엿볼 수 있다.
'진정 책을 좋아하는 사람, 독서인은 책을 그냥 읽기만 하지 않는다. 독서는 기본이다. 읽고 싶은 책은 돈을 모아 사서 읽는다. 이것이 '매서'다. 돈이 없거나 살 수 없으면 빌려서라도 읽는다(차서), 누군가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갖고 있는데, 살 수도 빌릴 수도 없으면 그 사람을 찾아가 기어이 보고 온다. 이를 '방서(訪書)'라 한다. 원하는 책을 간직하는 '장서', 폭넓고 깊은 독서편력을 바탕으로 책을 저술하는 '저서', 보고 싶거나 사고 싶은 책을 보지도 사지도 못할 때 방서하여 베껴 오는 '초서(抄書)'를 포함하면 '칠서(七書)'가 된다'
여기에다 시간을 아껴 독서에 열중한 것으로 유명한 중국 송나라 문장가 구양수는 말 위(마상 馬上), 베개맡(침상 枕上), 화장실(측상 厠上), 즉 '삼상(三上)'에서 틈만 나면 독서하고 글을 지었을 정도로 아날로그인들은 독서가 일상이었다.
그렇다면 디지털시대에 독서는 위기일까? 미디어 발달 과정에서 TV가 보편화되기 이전인 '라디오 시대'에 가족들은 저녁식사 후 함께 라디오를 듣거나 신문이나 책을 봤다. 라디오는 청각만 필요했으니 시선은 가족과 얼굴을 마주하며 대화하거나 종이 활자본과 자연스레 친해질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러한 시대문화를 'Evening reading(저녁시간대의 독서)'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저녁독서 문화를 리바이벌 할 뿐만 아니라 더욱 편리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와 평가를 받은 것이 '아이패드'였다.
종이책의 부담스러운 무게감도 책가방의 용량 한계도 뛰어넘는 태블릿PC의 일상적 활용은 제 2의 저녁독서, 독서부흥까지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현실은 신문, 잡지를 비롯한 종이책으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미디어의 생존을 위협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예전의 독서문화를 유지발전 할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스마트 폰과 태블릿 PC를 이용한 독서보다 어마어마한 '앱 프로그램'에 더 열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 하나. 활자가 종이에 표현되든 수많은 디지털 언어로 모니터에 표현되든 삶에 끼치는 '읽기'의 쓸모는 변할게 없다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는 진리일 것이기에, 한여름 밤 호젓하게 책을 펼쳐볼 수 있다면 그 역시 올 여름을 맞는 최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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