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더 스토닝]다수의 침묵이 부른 살인… 이란 여성인권의 충격고발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더 스토닝]다수의 침묵이 부른 살인… 이란 여성인권의 충격고발

어린 신부를 얻고싶은 남편 아내를 돌팔매형으로 몰아가는데… 감독:사이러스 노라스테 출연: 쇼레 아그다시루, 모잔 마르노, 제임스 카비젤

  • 승인 2012-06-14 14:19
  • 신문게재 2012-06-15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이란의 어느 한적한 마을. 아이 넷을 키우며 소박하게 살아가는 소라야에게 불행이 닥친다. 14살짜리 새 신부를 얻고 싶은 남편 알리는 합법적으로 이혼하기 위해 끔찍한 계략을 꾸민다. 아내를 '부정한 여인'으로 모는 것.

“내가 진실을 말해주마. 온 세상에 알릴거야.”
돌팔매형을 당해 죽은 조카의 시신을 거두며 이모는 이를 악문다. 이모의 절절한 염원이 세상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린 모양이다. 2008년 제작된 영화가 6년 세월 세상을 돌고 돌아 우리 앞에 공개되게 된 것은.

프랑스 저널리스트 프리든 사헤브잠이 쓴 '더 스토닝 오브 소라야 M'을 원작으로 한 '더 스토닝'은 '스토닝', 즉 돌팔매형의 비인간성을 고발하는 영화다. 하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텍스트는 그것만이 아니다. 마치 권리인양 행해지는 남성들의 폭력, 그 비도덕적이고 부조리한 폭력에 짓밟히는 이란 여성들의 인권, 집단의 광기와 다수의 침묵이 얼마나 무서운 비극을 초래하는 지까지 서슬 퍼렇게 고발한다.

1986년 이란의 작은 마을. 고장난 차를 수리하기 위해 들른 프랑스 기자(제임스 카비젤)에게 중년 여인 자흐라(쇼레 아그다시루)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당신이 알아야 할 사연이 있어요. 그냥 묻혀서는 안 될 이야기예요. 이 나라는 여자의 말을 듣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이 내 목소리를 가져가요.”

자흐라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믿을 수 없이 끔찍하다. 소라야(모잔 마르노)는 두 아들과 딸을 둔 엄마였다. 나이어린 새 신부를 얻고 싶은 남편 알리는 합법적으로 이혼하고 이혼 위자료도 주지 않기 위해 잔인무도한 계략을 꾸민다. 아내를 '부정한 여인'으로 몰아 돌팔매형에 처하는 것. 마을의 지도자를 꼬드기고, 두 아들을 포함한 마을 남자들을 제 편으로 끌어들인다. 마을 사람들의 암묵 속에 소라야는 마을광장에 상반신만 남긴 채 묻힌다.

던진 돌에 맞지 않으면 “신의 뜻이 아니다”, 맞으면 “신의 뜻이다”라고 정당화하는 마을 사람들. 신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집단의 광기는 끔찍하다. 차마 눈을 돌리고 싶지만 불의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모습을 부릅뜬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게 이 영화를 보는 예의일 터.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기를 꿈꿨던 한 여인은 남편과 아들, 아버지와 이웃이 던진 돌에 맞아 피범벅이 된 채 숨을 거둔다. 남편은 아들의 손에 돌을 쥐어주며 외친다.

“남자들의 세상인 것을 절대 잊지 말아라!”

지하철에서 사내에게 성추행당하는 어린 여학생을 보고도 말리는 이 하나 없는 다수의 침묵, 인터넷 상에서 신상털기가 공공의 선인 양 공공연히 벌어지는 우리 사회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다.

염려되는 것은 영화를 보고 이슬람 문화가 야만적이라고 단칼에 재단해버리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잘못된 것이야 당연히 비판해야겠지만 우리의 것으로 남의 것을 재고, 하나만 보고 전체를 싸잡아 '악(惡)'으로 매도해버리는 것 또한 비도덕적이고 부조리하다. '더 스토닝'은 바르게 읽고 곱씹어 생각할 때, 소라야의 비극도 웅변으로 다가온다.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1.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2.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3.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4.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5.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