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뜬모심기 - 알뜰살뜰한 농심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뜬모심기 - 알뜰살뜰한 농심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6-12 14:06
  • 신문게재 2012-06-13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도심을 벗어나 농촌들녘을 바라보면 모심기를 막 끝낸 농부가 뿌듯한 마음으로 모심은 논을 돌아보면서 물은 적당하게 잘 대어져 있는지, 논바닥이 고르지 않아 물이 닿지 않는 곳에서 어린모가 말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논바닥이 깊어 어린모가 물에 잠겨 있지는 않은지, 뿌리가 땅에 박혀있지 않고 물에 둥둥 떠 있지는 않은지, 모가 빠진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라가고 있거나 물에 잠긴 어린모나 물에 둥둥 떠 있는 모를 제자리에 잘 심어주고 일정한 간격으로 모를 심었는데 그 사이사이에 모가 심어지지 않아 간격이 넓은 곳이나 손이나 기계가 닿지 않아 모를 심지 않은 곳을 찾아 다시 심어서 채워 넣는 일을 '뜬모심기'라고 한다. 이 뜬모심기에는 모를 한 포기라도 더 심어서 많은 수확을 하고 잘못하여 농지를 조금이라도 헛되이 놀리지 않으려는 농부의 알뜰살뜰한 마음이 담겨있다. 항상 마음을 놓지 않고 모 심은 논을 살피면서 모심기하고 남은 모를 논의 구석구석에 놓아두었다가 빈 곳을 찾아서 심곤 하였다. 모내기를 잘 못하여 뜬 모를 하는 일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모내기 하는 날 일꾼들에게 모를 제대로 잘 심어 주도록 신신당부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이앙기라고 하는 모심는 기계로 심기 때문에 기계 모가 잘 심어 질 수 있도록 모판에 어린모가 꽉 차고 가지런하도록 정성들여 키워낸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몰려다니면서 손으로 하나하나 모를 심었다. 모를 심을 때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기 위하여 일정한 간격이 붉은 실로 표시된 못줄을 띄우고 심었다. 논 둑 양쪽에서 못줄을 띄우고 모를 다 심으면 못줄을 넘기는 일은 모심는 일꾼들과 호흡이 잘 맞지 않으면 안되었다. 모를 다 심지 않았는데 못줄을 넘기면 간격이 일정하지 않거나 미처 모를 심지 못해 빈곳을 남기게 되고 뜬 모를 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못줄 띠는 일은 일꾼들과 호흡이 잘 맞는 못줄 꾼이 잡도록 했다. 이렇듯 능숙한 일꾼들이 호흡을 맞춰 아무리 잘 심는다 해도 일꾼들의 깊은 발자국이 움푹 파이고 물이 고여 뿌리가 땅에 박히지 않고 물에 둥둥 뜨는 뜬 모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이 뜬 모를 그냥 두면 죽어버리고 수확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모심고 나서 며칠 동안은 주의를 기울여 뜬모심기를 반드시 하였다. 큰 논에서는 혼자 하기 힘들기 때문에 모내기처럼 이웃들과 품앗이하면서 뜬모일꾼을 얻어서 뜬모심기를 하였다. 뜬모심기뿐만 아니라 놀고 있는 땅이 있으면 한 알의 곡식이라도 심어 가꾸고자 했던 농심은 오늘도 우리에게 생활의 큰 교훈이 되고 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