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규 사회부장(부국장) |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주민편의 행정을 이끄는 집행부와 이를 감시ㆍ견제하는 기능의 의회는 서로 파트너십으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않고 갈등의 골만 파이게 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바로 자치행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덕구와 대덕구의회간 갈등양상을 지켜보면 양 기관간 힘겨루기를 넘어 서로 인정치 않으려 하는 모습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집행부는 집행부대로, 의회는 의회대로 이대로는 마치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는 듯하다.
풀뿌리 자치를 외친지 어느덧 20년이란 세월을 훌쩍 넘겼다. 20년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성년의 나이인 것이다. 숱한 시간 동안 원숙한 지방자치를 위해 쌓아온 노력이 이렇게 한순간 내동댕이쳐질 순 없다.
대덕구와 대덕구의회간 갈등은 지난 연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집행부가 추진하려 했던 갖가지 사업에 대해 구의회가 예산을 삭감하면서부터 비롯됐다. 이 과정에서 다수당 의원들이 집행부를 길들이려고 주요사업에 대한 예산을 삭감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지적은 의원들간 불협화음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실제 당시 예산삭감안을 발의한 이세형 부의장은 “상임위에서 결정한 예산안을 예결위에서 처리하지 않아 본회의에 발의한 것으로, 구 재정상 시급하지 않은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산삭감을 반대한 윤재필 의원은 “사업에 문제가 있었다면 행정사무감사에서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지적하는 게 맞지, 무조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집행부는 구정 소식지를 통해 구의회의 예산삭감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글을 실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의 소식지를 보면 '주민을 겁내지 않는 구의원', '대덕구의회의 이성을 잃은 예산삭감'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감정적인 대립을 표출했다.
감정의 골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지난 달 추경예산안 심의로까지 이어졌다. 올해 1차 추가경정 예산에는 지난 연말 감정적 대립을 불러왔던 일부 삭감안이 그대로 편성돼 올라왔다. 하지만 결론은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대덕구의회가 일부 항목에 대한 추경안 삭감을 예결위에서 의결하고 본회의에 부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주민들이 본회의장을 막아서면서 의장과 부의장이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고 퇴장하면서 예산안 처리는 자동 산회로 불발됐다. 이로써 이번에 처리하려던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지정하는 조례는 다음 회기로 연기될 수밖에 없다.
지난 연말 감정적 대립으로 촉발된 양 기관의 갈등이 의장과 부의장 동시 의원직 사퇴라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주민편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지역주민을 볼모로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대전자치구의장단협의회는 지난달 말 성명서를 통해 대덕구의회 사태에 대한 책임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장단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주민들의 대덕구의회 본회의장 연좌농성이 집행부에서 동원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의회민주주의를 부정한 폭거로 심각한 우려가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대덕구의회 일부 의원들이 '주민동원 논란'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대덕구는 의회 파행운영의 책임을 집행부에 전가하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의회가 정상화되길 바랐다.
구청장 임명제와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마당에서 양 기관의 갈등표출은 그렇게 보기 좋지 않다는 것은 서로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본다.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은 이해 당사자에 앞서 주민들만 애꿎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끝끝내 파국으로 치닫는다면 그 책임은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걸 알고 있다면 당장 명분싸움은 그만두고 서로에게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지역주민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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