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1879년 노르웨이의 극작가 입센은 '인형의 집'이라는 희곡을 발표하면서 드디어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진다. 변호사인 남편 헬마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던 노라는 남편이 일에 지쳐 병들게 되자 남편의 병간호를 위하여 고리대금업자 크로그쉬타에게 돈을 빌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돈을 갚아 주면 되겠지라는 생각에서 그의 아버지의 사인을 위조하여 보증인이 되게 한 후 돈을 빌리게 되는데 노라는 남편 모르게 열심히 일을 하여 어렵게 그 빚을 갚게 된다. 그 후 남편이 은행장이 되면서 그곳 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고약한 고리대금업자 크로그쉬타를 해임하려하자 그는 노라를 협박하여 그의 자리를 지키려 한다. 그러나 남편은 노라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크로그쉬타를 해임하게 되고 이 고리대금업자는 편지를 통하여 남편 헬마에게 노라의 빚진 이야기와 위조사실을 알리게 된다. 그러자 남편은 노라에게 경망스런 여자의 행동으로 인하여 남편인 자신이 교사범으로 몰리게 될지 모른다면서 자신의 체면을 손상시켰다고 노발대발한다. 8년이라는 긴 세월 그의 남편을 위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이러한 행위를 보면서 노라는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 후 크로그쉬타가 위조된 차용증을 동봉하여 이제는 더 이상 말썽을 부리지 않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부쳐오자 비로소 남편인 헬마는 노라를 용서하고 새로운 삶을 제안한다. 그러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남편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하여 그녀는 '인형의 집'을 떠나게 되는데 그때에 비로소 집에서의 자신의 존재란 그동안 단순히 남편의 유희의 대상인 귀여운 인형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묻는다. 남성이 지배하는 사회의 법으로 남편을 위한 노라의 희생적인 행위를 단죄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그래서 “법률 같은 것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협박하는 악한은 정당하고 숨이 넘어가는 부친을 위하거나 남편의 생명을 건지려고 노력하는 올바른 의무를 다한 사람이 벌을 받아야 하다니”라고 반문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노라가 돌아온다면 어떠한 생각을 할까? 재미있는 상상이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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