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알바 노동권 침해 '심각'

대전 10명 중 4명 최저임금도 못받아… 체불ㆍ언어폭력 호소도

●대전청년유니온 실태조사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대학을 휴학한 A씨. 그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벌써 수개월째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하지만 등록금 마련은 고사하고 당장 용돈과 생활비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커피숍과 편의점 등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찾아 다니지만 대부분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급을 받으며 값싼 노동력 취급을 받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루 몇 시간을 일해도 4000원 안팎의 시급으로는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생활비를 해결하고 나면 사실상 손에 쥐는 것이 없다.

A씨의 경우 처럼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대학생과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현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최근 대전청년유니온이 진행한 실태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10일 대전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대학생 등 대전지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268명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의 41%가 올해 법정 최저임금인 4580원 이하의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은 대학생이 243명(90.7%)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곧 아르바이트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전체적으로 조사 응답자들이 받는 시급은 4500~5000원이 32.2%로 가장 많았지만, 법정 최저임금 이하인 4000~4500원의 시급을 받는다는 응답자도 30.8%에 달했다. 4000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경우도 8.2%나 됐다.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되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야간이나 휴일근무수당 지급은 고사하고, 때로는 업주의 부당대우와 임금체불에까지 시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청년유니온의 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간 근무 시 추가 수당을 지급받는다는 응답자는 36.7%에 불과했고, 휴일근무수당을 추가 지급받는다는 응답 비율은 16.7%에 그쳤다.

또 응답자의 11%는 고용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부당대우의 유형으로는 임금체불과 함께 업무 및 책임 떠넘기기가 가장많았고, 언어폭력이나 신체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대전청년유니온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대전지역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주 상당 수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