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 김한준 |
사건발생 3개월이 지나서야 학교 측이 피해학생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다행이다.
학교폭력위가 다시 열린다고 해서 모두가 A중학교와 교사를 바라보는 눈빛이 좋을 수 없다.
우등생이라는 허울에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흠집을 스스로 냈기 때문이다. 아이가 올바로 성장하려면 따뜻한 사랑과 따끔한 훈계가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의 중학교는 사랑도 훈계도 아닌 은폐를 선택했다. 공직이라는 한계 속에 학교 측은 경찰의 의견도 무시한 채 명예를 택했을지 모른다.
복지부동의 학교장으로부터 문제해결의 진정성에 더욱 의구심이 간다.
보도를 통해 피해학생에게 제2의 피해가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노파심마저 든다.
A중학교장은 취재진의 전화뿐만 아니라 교장실 면담에서조차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교감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인 양 인상만 쓰는 교장에게서 보신의 모습이 역력하다.
그동안 묻지마 학교폭력 피해학생과 피해학부모는 가해 학생으로부터 사과문조차 받지 못했다. 다만, 사건발생 후 담임교사가 가해학생으로부터 반성문을 받아 책상 속에 둔 게 고작이다.
피해는 학생이, 사과는 담임이, 학교가 묻지마 폭력사건을 은폐해주는 꼴이다.
대다수 각급 학교장은 자신의 맡은 교내 폭력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문제발생 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문제의 학교장은 자신의 집무실만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의 학교장은 묻지마 폭력에 대해 늦게나마 피해학생과 학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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