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천]연구용역에서 그림자 지우기

[시론]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 가기천 전 서산시 부시장

충남도에서는 연구용역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높이고자 8월 시행을 목표로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용역이 갖고 있는 관리부서의 다원화와 형식적인 심의, 성과에 대한 평가 소홀 등 여러 문제점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하여 용역관리를 일원화하고 용역심의위원회를 구성ㆍ운영하며 용역과정에 공무원 참여 확대, 용역의 점검 및 평가 강화 등 용역 전반에 걸쳐 전문성을 강화하고 활용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용역을 할 때는 철저한 사전점검으로 기존 연구용역사례가 있는지 정확하게 체크하여 중복 사례를 줄여 예산이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원청자의 수요와 요구가 미래품질을 결정하는 것 같다. 연구용역을 의뢰할 때 원청자로서의 정확한 요구와 문제의식이 무엇인지를 좀 더 고차원적으로 가다듬어 하지 않으면, 대충 '아'라고 하면 비슷하게 '어'라는 답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하면서 연구용역 남발에 제동을 건 바 있다.

특히 '원청자의 수요와 요구가 미래품질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의미를 갖는다. 바꿔 말하면 '용역은 발주자의 의도를 의식하고, 요구자의 수준에 따라 결과물이 좌우된다'는 것이다.

용역은 크게 특정사안이나 현안과제에 대하여 타당성과 합리성을 검토하고 효율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는 '학술연구용역'과 과학기술지식, 건설기술 등을 활용한 조사ㆍ설계ㆍ분석ㆍ시공ㆍ감리 등에 관한 '기술용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용역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과 사업시행자들이 자체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기술, 자료와 시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관련 학자나 전문가로부터 고도의 전문성과 개관적인 연구결과물을 획득하려는 수단의 하나다.

그러나 용역은 발주하는 순수한 목적이외에 경우에 따라서는 어느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얻고자 하는 목적의 용역, 행위와 결과에 책임을 벗으려는 면피성용역,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기 전 타당성을 평가하는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그 통과 기준에 근접하는 결과를 도출하여 내놓는 것 또한 없다고는 볼 수 없다.

경기도 용인시가 올해 공무원 기본급 인상분을 반납하고 초과근무수당, 연가보상비 일부를 삭감하기로 했다고 한다.

용인시가 재정파탄에 직면하게된 것은 당초 경전철을 건설할 때 예상한 하루 평균 승객이 14만명보다 턱없이 적은 3만 명밖에 되지 않아 완공 후 2년이 다되도록 개통허가를 내주지 않자 운영회사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배상금으로 5159억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에 따라 그런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처럼 승객 수에 터무니없는 차이가 있음은 용역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추측되는 것이다. '장밋빛 수요예측'으로, 개통된 뒤 입은 손실을 정부가 세금으로 메워주는 민자 고속도로는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총 9개 구간으로 정부는 최소수입운영보장제(MRG)에 따라 지난해에만 2812억원의 운영손실보전금을 지원했는데 대부분 실제교통량은 당초 예상의 절반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대전천변고속화도로 통행료가 지난 1일부터 종전 500원에서 800원으로 환원ㆍ인상되었는데, 이 또한 수익형민자사업(BTO)방식으로 운영되는 도로로서 불가피한 면이 있으나, 당초 예상교통량이나 통행료 수입이 실제와 어느 정도 근접하였는지 궁금한 일이다.

연구용역은 그 필요성이나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먼 장래에까지도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치유가 어려운 짐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용역의 구상단계에서부터 용역결과의 검증, 채택, 시행여부의 결정, 결과 평가 등 전과정에 책임지는 대책이 있어야 한다.

즉 용역 발주자로부터 수행자, 심사자, 집행자에 이르는 참여자실명제, 부실용역에 대비한 보험제를 실시하고 부실용역에 참여한 연구원이 있다면 추후 연구용역 참가자격을 배제하는 등 엄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고 아울러 '기술용역'에 대한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