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마중물 - 펌프질의 추억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마중물 - 펌프질의 추억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6-05 14:18
  • 신문게재 2012-06-06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요즈음 가뭄이 심하다. 밭작물들이 싹을 틔우지 못하거나 타들어가고 있다. 논농사 또한 모내기를 하고 있어 가장 많은 물을 필요로 하고 있다. 논 농사지역에는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저수지나 물길들이 곳곳에 들어서서 어느 정도 가뭄이 지속되더라도 해결할 수 있지만 밭농사지역은 가뭄을 극복하기가 매우 어렵다. 아무리 우리 사회가 산업정보화사회로 집약되어 간다할지라도 여전히 농사일은 우리 삶의 뿌리 역할을 하고 있다. 목마를 때 한 모금의 물을 갈구하듯이 가뭄에는 한 방울의 빗방울을 아쉬워한다.

지금처럼 관개수리시설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논농사지역에서 가뭄극복을 위해 쏟는 노력은 밭농사지역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논농사는 밭농사보다 훨씬 많은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뭄을 극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수단과 방법들을 개발해왔다.

작은 웅덩이부터 큰 저수지나 댐에 이르기까지 물을 가두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가뭄이 심할 때에는 아무리 큰 저수지나 댐이라 하더라도 수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무용지물이 되곤 했다. 이때는 개인이나 마을마다 땅속의 물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우물을 파거나 파이프 관을 박고 양수기를 달아 물을 끌어올리는 피나는 노력을 했다. 심지어는 모든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학생들까지 동원되어 가뭄극복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물웅덩이나 물길을 찾아서 줄을 지어 죽 늘어선 다음 물동이를 손에서 손으로 넘겨 논밭에 물을 대곤 했다.

작은 웅덩이나 우물물은 두레박이나 용두레, 무자위 등으로 퍼 올릴 수 있었지만 깊은 곳에 파이프 관을 묻었을 경우에는 전기나 석유를 활용하여 작동시키는 발동기에 양수기를 연결하지 않으면 물을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였다. 발동기가 나오기 전에는 무쇠주물로 만들어 긴 손잡이를 달아 물을 끌어 올리던 압축식 물 펌프가 있었다. 물 펌프는 실린더처럼 생긴 통 안에 손잡이가 달려있어서 피스톤처럼 상하로 움직이는 장치가 붙어있었다. 이 장치에는 고무로 만든 둥그런 판막이 달려있었는데, 펌프 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 물이 끌려올라 오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물을 처음 퍼 올릴 때는 물 펌프와 파이프 관을 진공상태로 만들기 위하여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붓는다. 이 물이 바로 마중물이다. 마중물을 붓고 펌프손잡이를 힘껏 빠르게 상하로 움직이면 신기하게도 “뻐걱 뻐걱” 소리를 내면서 물이 쏟아져 나왔다.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올 때 마다 모두는 희열에 휩싸이곤 하였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