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죄와 벌' - 확신범의 문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죄와 벌' - 확신범의 문제

[법률이야기]김형태 변호사

  • 승인 2012-06-04 14:12
  • 신문게재 2012-06-05 20면
  • 김형태 변호사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 김형태 변호사
살인을 하고도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정신질환자라고 부를 것이다. 그러나 전쟁에서 적을 죽인 자는 용감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살인이라는 같은 사실로 한 사람은 정신질환자고 또 한 사람은 영웅이 된다는 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누구나 알고 있는 문제이면서 그에 대한 답에 대해 속 시원히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죄와 벌'이라는 소설이다. 뛰어난 지성을 지닌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지독한 가난과 고독 속에서 독창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바로 인간을 나폴레옹과 같은 모든 법과 선악을 초월한 극소수의 초인과 인습적인 도덕에 얽매어 사는 대부분의 평범한 인간으로 나누고 초인의 행동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하다고 여긴다. 심지어 살인까지도 정당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인간을 괴롭히는 벌레 같은 인간은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고리대금업자인 노파를 살해하게 된다. 그러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살인 현장에 찾아온 선량한 노파의 조카까지 죽이게 되면서 확신은 금이 가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예리하고 뛰어난 예심판사 포르피르가 등장한다. 그는 이 살인사건을 돈을 노린 단순 살인사건이 아닌 사상적 동기에 의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라스콜리니코프를 범인으로 지목해 집요하게 추궁하지만 끝내 범행을 밝혀내지 못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불쌍한 여자 소냐를 만나게 되고 살인을 고백하게 된다. 또 그녀의 설득으로 자수를 하게 되고 주인공은 형을 받게 되면서 시베리아로 떠난다. 물론 시베리아 유형지에 소냐가 따라가고 결국 소냐에 의해 라스콜리니코프는 신앙인으로 회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여기에서 작가는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종교적 갱생과 정신적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실제 이 이야기의 핵심은 바로 인간을 초인과 평범인으로 나눈 주인공의 사상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상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니체의 사상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법적으로는 확신범이라고 볼 수 있는 이러한 사상은 법철학적 관점에서는 과연 어떻게 결론을 내려야 할까? 물론 이것은 법적으로 옳다ㆍ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혁명과 마찬가지로 법이 그 판단을 보류할 수밖에 없는 한계점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혁명은 기존의 사회전체를 변혁시키지만 법이 혁명을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로 확신범 속에서 법은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지 못한 채 방향을 잃는 것이다. 적을 살해하고 적국에 잡힌 전쟁포로를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전쟁포로가 살인죄를 범한 범죄인인가? 물론 라스콜리니코프의 살인은 현행법상에 살인죄에 해당되는 것은 명백하지만.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