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그 어느 작품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BS 드라마 '패션왕'을 끝낸 배우 유아인을 만났다.
-결국 '욕망의 화신'이었던 강영걸이 죽음을 맞으며 끝이 났다. 논란도 있었는데.
처음부터 알고 찍었기 때문에 불만이나 놀라움은 없었다('패션왕'의 결말 총격 장면은 드라마 초반 뉴욕에서의 촬영분이다). 미국 촬영을 끝내고 중간 중간을 찍었는데 어떻게 채워질지 짜임새가 궁금했다. 그 과정에서 할 말이 있을지는 몰라도 결말에 대한 불만은 없다. (이선미, 김기호)작가님도 '발리에서 생긴 일' 당시 죽음에 대한 파장을 겪었는데, 이번에도 그런 선택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했겠나. 박수받을 만한 결말은 아니란 걸 알고 있었을 것이다.
-왜 꼭 죽음이란 결말이었을까.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죽으니 기분이 묘하더라. 사실 영걸이 자살로 죽었으면 했다. 근데 타살이 훨씬 허무하고 강렬하니 그런 결말을 선택한 것 같다. 삶, 죽음, 욕심, 꿈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것을 보여준 결말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해서 좋은 결말이 아닌 것은 아니지 않나. 드라마를 통해 밝고 희망적인 것에만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의 말에 동조할 필요는 없는 부분이다.
만약 강영걸이 '힘든 상황에서도 밝고 희망적으로 나아가자'는 결말로 끝이 났다면 그게 오히려 어색하지 않았을까. 돌고 도는 욕망에서 제자리걸음 치다가 허무한 결말까지의 과정을 보여준 것일 뿐이다. 희망이나 판타지를 보여주기 보다는 현실 까발려서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지 않나? 드라마는 무조건 희망만 주어야 하는 우울증 치료제는 아니다. 모든 드라마가 그럴 필요는 없다.
-강영걸과 유아인은 얼마만큼 닮았나?
분명 닮은 점이 있다. 모든 캐릭터는 다 내 안에서 시작한다. 자기 욕망에 솔직한 아이라는 점에서 가장 비슷하다. 물론 드라마라 더욱 과장되고 살을 붙었겠지만, 저에게도 양아치 같은 면이 있을지 모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저는 그 욕망에서 누구보다 세속적이지 않다. 돈과 성공, 사랑을 욕망하지만 그것이 첫 번째는 아니다. 2순위일 뿐이다. 20대에 유아인은 돈과 성공, 무조건 적인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기 위해 집착하며 살지 않았다.
-'패션왕' 강영걸에 왜 끌렸나?
욕망을 까발릴 수 있다는 것. 배우는 즐거움만 충족 시켜주는 게 아니라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완득이' 같은 희망을 얘기할 수도 있고 영걸이 같은 세속적 욕망과 허무함을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게 배우의 크기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영걸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까발려 보여주지 않은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는 것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얼마나 현실적인가. 그런데 이 현실적인 것이 신선하다는 것은 그동안 드라마 속 현실이 얼마나 비현실적이었는가를 반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거창하게 꼼수와 편법을 쓴 것도 재밌었지만, 돈에 집착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게 너무 와닿고, 재밌었다.
[노컷뉴스/중도일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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