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 당시 당선자 시절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목포 대불산업 단지에 설치된 전봇대로 인해 불편을 겪는 기업인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관계 부처에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입주 기업들이 수차례 민원 제기에도 시정되지 않던 전봇대는 이 대통령의 지적이 있은 뒤 사흘만에 뽑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에 사로잡혀 변화를 두려워 하는 사회 현상을 탓하며 임기동안 각종 규제를 철폐해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산업, 경제, 행정 등에 뿌리내려 있던 각종 규제 정책들이 개선됐다.
사단법인 한국규제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약 700개에 달하는 규제가 개선되거나 폐지돼 국민 편익의 증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각종 불필요한 규제가 여전히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일 규제개혁위원회에 따르면 1만 3483개의 각종 규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는 2008년 5186개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물론 정부가 2008년 각종 규제를 정비하기로 하면서 기존의 미등록 규제 등을 합쳐 늘어난 것이지만 2008년 이후에도 매년 200~300개의 각종 규제가 늘어났다.
결국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새롭게 늘어났거나 강화된 정부의 규제 수도 폐지됐거나 개선된 규제사무의 수와 거의 동일한 수준이어서 여전히 규제로 인한 성장 저하 우려가 지적된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한약재 유통관리를 약사법 체계로 통일하는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 규정’을 지난해 개정, 고시하면서 인삼 산업은 이중 규제의 피해를 입게 됐다.
약사법으로 한약재로 쓰이는 인삼에 대한 검사를 추가해 기존 인삼 및 인삼류의 경작·제조·검사·유통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인삼산업법’과 이중 규제를 받게 된 것이다.
심영섭 규제개혁위원회 의원은 “규제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국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으로 정부의 특정 목적을 위해 국민들은 규제를 불가피하게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일종의 ‘필요악’”이라며 “규제가 없는 세상보다 규제가 있는 세상이 더 나을 때에만 규제의 존재가치는 빛이나는 만큼 규제를 만들때는 면밀히 검토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필요한 규제 정책의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로가 높다.
김태윤 한국규제학회 회장(한양대 행정학과 교수)은 “대통령 선거가 본격화되면 선심성 공약이 나오고 엉뚱한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소위 묘안들이 난무할 것”이라며 “결구 함량 미달 규제, 책임회피용 규제들이 마치 무슨 새로운 아이디어인 양 회자하고 또 정책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전이나 형평성 등 실질적으로 구현하기에는 무척 어려운 사회적 요구를 ‘규제’라는 단순한 수단으로 즉각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지나친 규제보다 우리 경제와 사회 수준을 이끌어온 민간과 시장의 자율적이며 자발적인 역량을 믿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시우 기자 jab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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