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효순]도예가 이종수 선생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황효순]도예가 이종수 선생님

[문화초대석]황효순 미술평론가

  • 승인 2012-06-03 13:16
  • 신문게재 2012-06-04 20면
  • 황효순 미술평론가황효순 미술평론가
▲ 황효순 미술평론가
▲ 황효순 미술평론가
뼛 속까지 대전 사람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예술인, 이종수 선생님이 타계하신지도 네 해 째로 접어든다.

8월의 아주 더운 날 병상에서 세상을 떠나가신 선생님은 천상 타고난 미술인이요, 흙 사람이었다. 후학들의 전시장을 늘 돌아보시면서도 조용히 다녀가시는 배려는 선생님의 타고난 성품을 말해준다.

오늘 대전지역에서 활동하는 미술인 중에는 이종수 선생님을 존경하지 않는 이가 없다고 할 만큼 선생님은 매사에 사려깊고 마음이 남달라 적이 없는 분이었다.

이 지역과 인연을 맺어 뜻을 기리는 화가들은 많이 있지만, 대전에서 나고 자라 뼈를 묻은 화가들 중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박승무 화백이나 이동훈 화백은 대전에 연고를 두었으나 대전토박이는 아니었고 이응노 화백은 더욱 연고가 약한 화가였다.

이종수 선생의 변함없고 우직하신 성품은 국전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종수 선생은 11회 국전에 최초 출품하여 3점이 입선 한 이후, 17차례에 걸쳐 연속 입선을 하셨다.

동료들이 큰상을 받을 때도 연연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걸어 온 그 모습에서 진정한 예술인의 자세를 본다. 오늘날 작가들에게 시사점을 던지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화여대 도예과가 처음 생기는 시점에 서울로 올라가 2년여 기간을 재직하는 도중, 작업을 하겠다고 사표를 던지고 대전으로 내려온 것은 오직 작품에 대한 열정으로 일관한 선생님의 철학을 말해 준다.

그렇게 내려오신 후, 전통가마를 지키며 끝까지 작품에만 몰두하셨고 조선의 백자가 선생님의 손을 통해 진화되고 다시 태어났다. 날씨와 불(火)과의 요변에 태어나는 도자기는 한차례 가마를 구워내도 건질 수 있는 작품이 하나, 둘에 그칠 때도 있어 선생의 손에 조각조각 파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갑천변의 개발에 밀려 금산의 추부에 '수졸재'를 짓고 사셨던 선생님은 시심(詩心)도 깊어 작업 도중 좋은 글도 남기셨다. 시인 박용래와의 친분도 회자되는 이야기다.

갑자기 발병한 질병으로 인해 몇 개월만에 마지막 전시를 마치고 떠나신 선생님은 돌아가신 후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듯 해마다 쓸쓸한 기일을 맞고 계신다.

필자는 3년 동안 선생님의 묘소를 찾았지만 선생님의 가족들만이 함께 한 자리였다.

정치논리에 발 빠른 사람이거나 제자들을 많이 배출한 화가들은 생전에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선생처럼 묵묵히 한길로 걸어 온 미술인은 기억에서 멀어지게 마련인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선생님은 생전에 이응노미술관을 참 맘에 들어하시고 부러워 하셨다. 당시는 선생님의 미술관을 지을 계획을 하고 있을 때라 생각을 많이 하신 듯하다. 그 일은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묻혀버렸고, 마지막으로 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겨울열매'전의 작품들도 아직 자리를 못 찾고 시립미술관에 임시 보관되어 있는 실정이다.

8월 6일이면 선생님의 4주기가 돌아온다. 올해는 뜻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선생님의 뜻을 기리는 추모행사에 동참해보면 어떨까한다.

병상에 누워서도 전시를 생각하시던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 온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