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형사'는 차형사 강지환의 뱃살만으로도 시선이 멈추는 영화다. 매끈하고 세련된 강지환과 뱃살 사이의 이물감은 영화에서 몸을 불렸던 다른 배우들보다 크다. 시도도 좋다. 더럽고, 고집 세고, 능청스러운 차형사가 살을 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흥미 만점이다. 동생뻘 어린 모델들에게 면박을 당하고 팔자걸음 교정을 위해 밤새 기둥에 묶이는 장면들에선 웃음이 빵빵 터진다.
강지환은 웃음을 주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태세다. 차형사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12㎏을 찌웠다가 14㎏을 다시 감량하는 투혼을 발휘한 그는 유들유들한 코믹 연기에 위험천만한 액션까지 뛰고 구르고 주저없이 망가진다. 그 덕에 그의 오버 연기는 명랑 만화처럼 유쾌하다.
패션쇼도 볼거리로 훌륭하게 기능한다. 꽤 공들인 품새가 느껴지는 런웨이 장면은 이번 작품으로 신고식을 치른 이수혁 김영광 신민철 등 꽃모델 3인방에 김우빈 최영민 양윤영 주선영 황윤상 등 실제 모델을 보는 맛이 삽상하다. 실제 런웨이를 보는 듯 실감나고 주목받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청순한 이미지를 벗고 2% 부족한 허당 디자이너로 분한 성유리도 웃음을 보탠다.
영화의 매력은 그러나 여기까지다. 차형사의 살이 점점 빠지는 만큼 영화의 재미도 점점 줄어든다. 폭탄주인줄 알고 마셨다가 마약에 취한 차형사의 아슬아슬 차 추격신이 펼쳐지는가 하면, 액션에 성유리와의 로맨스가 끼어들고, 감동까지 엮어 가는 등 갈수록 수다스러워진다. 이것저것 다 끌어들이려다보니 전체적으로 억지스러워졌다. 또한 살이 빠지면 성격도 바뀌는 것인지. 살찐 차형사와 살 빠진 차형사의 행동거지가 확 달라진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신태라 감독은 전작 '7급 공무원'이 기본에 맞춘 코미디라면 '차형사'는 기본을 벗어난 코미디라며 “재밌는 장면이면 시나리오에 없는 것도 더 극대화시켰다. 그만큼 자유롭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과장해서 만들었다는 얘기인데, 그렇게 인위적으로 만든 웃음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가 관건이다. 웃음코드가 맞다면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즐기기에 딱이겠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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