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3色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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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3色 연기

칸에 초청된 홍상수의 13번째 작품 3명의 안느가 그리는 신비로운 날들

  • 승인 2012-05-31 21:25
  • 신문게재 2012-06-01 13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에서'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홍상수 감독 특유의 엉뚱함이 즐거웠다는 이가 있는가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머리가 멍하다는 이들도 있다. 잘못된 건 없다. 홍상수의 영화는 늘 관객이 보고 마음 가는대로 느끼도록 열려져 있다. 스크린을 보며 마음에 차오르는 무언가를 느끼면 된다.

'다른 나라에서'는 세계적인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출연이 눈길을 잡는다. 그녀는 부안의 모항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원주가 쓰는 시나리오의 등장인물 프랑스 여자 안느를 연기한다.

첫 번째의 파란 안느는 유명한 감독이고 두 번째 빨간 안느는 한국 감독과 몰래 사귀고 있는 유부녀고, 세 번째 초록 안느는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뺏긴 이혼녀다. 각기 다른 안느는 원주의 펜션에 머무르는데 매번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우산을 빌리고, 등대를 찾아 해변으로 나가고 해변안전요원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영화는 안느라는 세 명의 여성의 신비로운 날들을 보여준다. 홍상수 영화의 인장이 돼버린 반복과 차이를 통해 세 명의 다른 안느를 경험하는 맛이 영화의 재미다. 깨진 소주병과 우산 같은 물건들, 비와 파도, 배우들의 목소리와 노랫소리가 안느의 다채로운 심상을 전해준다.

온갖 보디랭귀지를 동원해 대화하려 애쓰는 유준상의 모습이 유쾌하면서 자주 보여지는 안느의 뒷모습은 왠지 쓸쓸하다. 그렇게 홍상수는 또 하나의 느낌을 던져 놓았다.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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