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세력에게 왕국의 공격을 명령하는 라벤나는 어둠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이블퀸'. 왕국을 손에 넣고는 공주 스노우 화이트를 성 구석 감옥에 가둬버린다.
'스노우 화이트…'는 '올 여름 가장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톱 10'에 꼽히는 등 줄곧 관심을 모아왔다. 할리우드 최고의 비주얼리스트 중 한 명인 루퍼트 샌더스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프로듀서 조 로스, '식스센스'의 프로듀서 샘 메르서와 뭉쳤으니, 뭔가 독특하고 굉장한 '백설공주'가 탄생할 거란 기대가 컸다.
게다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샤를리즈 테론, '토르' 크리스 햄스워즈를 아우르는 호화 캐스팅,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판타지 대서사극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세상의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실망스럽다. 스펙터클한 전쟁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컴퓨터그래픽 등 볼거리는 괜찮은 수준이지만 스토리의 얼개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원작을 깨고 뛰쳐나온 상상력이 훨훨 날아다니기는커녕 외려 원작에 갇혀버린 느낌이다.
스노우 화이트가 자신이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존재임을 깨닫고 강인한 난쟁이 드워프족과 신비한 능력을 지닌 요정 종족의 도움을 받아 빛의 군대를 만들어 어둠과 맞선다는 스토리는 분명 매력적이다.
CG를 줄이고 실사 위주로, 또 헬리캠과 핸드헬드 카메라 등 다양한 카메라를 동원해 만들어낸 웅장한 스펙터클도 훌륭하다.
문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영웅담의 전형적인 서사에서 따온, 난쟁이와 요정을 만나 세력을 확장해가는 과정은 마치 '트와일라잇'의 벨라가 도망 다니는 시퀀스를 보는 듯 지루하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영화 속 세상과 볼거리들은 식상하다. 느닷없이 등장하는 독사과와 헌츠맨의 눈물 한 방울에 스노우 화이트가 눈을 뜨는 장면은 뜬금없다. 원작 동화에 억지로 꿰어 맞추려 한 느낌이랄까.
새하얀 얼굴에 새빨간 입술의 백설공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액션,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동시에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이블퀸 역의 샤를리즈 테론을 보는 즐거움만으로 달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오히려 관심이 가는 건 속편이다. 할 얘기 다 한 것 같은데 더 이상 어떤 이야기가 남은 것일까. 그게 궁금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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