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선 풀뿌리사람들 상임이사 |
야권전체를 살펴보면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비리에 이은 보수 측의 종북주의 공세 속에서 야권연대에 대한 지지율이 반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전당대회도 지난 총선의 패배에 대한 반성과 집권의 비전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혁신을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없다. 당의 노선을 둘러싼 토론과 쟁투를 찾아볼 수가 없다. 담함이냐 단합이냐는 식의 논쟁은 있을지 몰라도 양극화를 넘어설 정책 대안과 정권교체를 위한 정당 운영체제의 혁신 방안이 쟁점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도 가치도 부각되고 있지 않다.
민주당 내부에선 지난 총선에 대해서 패배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다. 18대에 비해 19대의 의석이 증가했고 득표율도 월등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안이한 접근과 사고로는 정권 교체는 더 멀어질 뿐이다. 압도적 승리가 예상된 선거에서 과반을 놓치고도 패배하지 않았다는 식의 접근은 반성할 줄 모른다는 인상을 준다. 한나라당의 홍준표 전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패배하고도 패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던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책임회피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시종일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을 외쳤다. 선거의 처음과 끝이 이명박 정권 심판이었다. 그러나 패배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심판의 주체로 민주당 이외의 또 다른 주체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위원장을 통해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할 수 있다고 본 국민이 적지 않았는데 이 사실을 민주당이 주목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이명박 정권 심판에서 나아가 대안을 실현할 가치와 비전의 담지자로서의 대안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해서 패배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위원장과 차별화된 담론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 처했다. 이른바 한ㆍ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말 바꾸기 논란이 그것이었고 김용민 후보 막말 파문도 그랬다. 정치적 수사와 신뢰성에 대한 정치 중심의 공방 속에서 20~30대의 열정도 불러일으키지 못했고, 40~50대의 생활 불안에 대한 호소력 있는 대안도 제시하기 못함으로써 패배를 돌이키지 못했다.
국민을 부자로 만든다더니 친구들만 부자로 만든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염증의 기저에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민생현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달에 3000여 개의 자영업이 창업하지만 4000여 개의 업소가 휴ㆍ폐업하는 현실, 일자리 자체가 없고 교육비 부담과 주거불안과 노후 불안은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 불안이 바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사회심리의 핵심 요소였다. 그러나 민주당이 보여준 쟁점은 오직 끝난 정권인 이명박 심판뿐이었고 악화될 대로 악화된 1차 소득분배 구조의 개선이나 소득 분배의 왜곡을 조정하는 복지 정책의 프레임을 쟁점화하지 못했다. 골목 상권까지 치고 들어오는 재벌들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있었음에도 박근혜 위원장이 할 수 없는 경제민주화와 민생 대안을 제시하여 새로운 대치선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최근 새누리당은 승리에 취해서 친박 일색화와 재정을 핑계로 한 공약파기, 종북주의 척결과 같은 이념 공세의 달콤함에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이 다시 한나라당이 되는 징후는 민주당에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회를 살리기 위해선 민주당은 총선 패배에 대한 뼈를 깎는 반성과 대안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차별화된 소득분배 구조개선 대안, 복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혁신을 앞세워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버린다면 대선에서도 패배자가 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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