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원]사회 속의 과학을 위한 공감형 소통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박윤원]사회 속의 과학을 위한 공감형 소통

[수요광장]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 승인 2012-05-29 14:19
  • 신문게재 2012-05-30 21면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장
뉴턴은 자신을 “진리의 대양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뛰놀며 매끄러운 조약돌이나 깨끗한 조개껍데기를 찾고 기뻐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존재였다”고 회상하였다.

만유인력의 법칙이 발견됐다고 해서 사거리와 정확도가 현격하게 향상된 대포가 제작된 것은 아니듯, 18세기의 과학적 성과는 인류의 문화와 생활을 변화시키는 동기를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시의 과학자는 자연과 물리적 우주의 기본적인 진리를 찾는 구도자와 같은 존재면 됐다.

뉴턴의 시대로부터 200여년이 흐른 뒤 아인슈타인은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할머니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황금률 같은 명언을 남겼다. 과학자에게 세상과의 소통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20세기는 뉴턴의 시대와는 확실히 달랐다. 특수상대성원리 “E = mc²”의 발견은 곧바로 지구촌을 화학에너지시대에서 원자에너지시대로 바꿨다. 상대성 이론은 우주시대를 열어줬고, GPS 위성기술과 내비게이션의 정확도를 제공하고 있다. 광전효과는 레이저기술, 디지털 카메라의 화소기술, 분광장치에 의한 자동문 발명으로 이어졌고, 분자운동식은 나노기술의 기초가 되었다. 이처럼 과학적 성과가 사회와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자 역으로 과학이 사회의 가치 판단에 의존하게 되는 상호작용이 일어났다.

20세기 마지막 노벨의학상을 수상한 귄터 블로벨 박사는 “과학과 일반 대중의 거리가 멀어지게 되면 사람들은 과학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본다”고 했다. 영국 과학자단체인 왕립협회는 2001년부터 '사회 속의 과학'(Science in Society)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과학과 사회의 쌍방향 소통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과학과 사회'가 아니라 '사회 속의 과학'인 것이다.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이 사회의 요구에 어떻게 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과학기술에 한해 인류를 위해 고귀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의해 탄생된 원자력발전기술의 신뢰성도 최근 좌 클릭 중이다. 후쿠시마와 같은 중대한 원자력 사고를 겪으면서 기술적인 안전성은 객관적으로 향상되었다. 설계적인 안전성에다 천재지변에 대한 대응 안전성이 더욱 강력해졌고, 상상 가능한 모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원자력 안전에 대한 신뢰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진 상태다. 원자력안전을 위해 아무리 노력한들 대중이 받아들이고 믿어주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일본의 경우도 자연재해로 인해 큰 원자력 사고로 이어진 원전은 54개 중 후쿠시마의 4기였지만 안전에 대한 믿음의 상실은 자연재해를 견뎌냈던 나머지 50개까지 이어져 모든 원전의 재가동을 가로막고 있다.

과학이 사회와의 소통에 나섰다고 해서 사회적 동의를 얻는 효율성까지 높아진 것은 결코 아니다. 원자력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나노기술, 정보통신기술 등의 과학기술들은 비록 기술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아도 사회적 신뢰를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신기술이 사회적 저항을 이겨내고 영역을 확보하려면 공학적 언어만이 아닌 투명성, 일관성, 진지한 자세 등의 정서적인 요소들이 부가된 '공감할 수 있는 안전 (Empathetic Safety)'에 바탕을 둔 소통을 해야 한다.

공감할 수 있는 안전은 이달 초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OECD/NEA 주관으로 개최된 “원자력 위기상황에서의 소통”이라는 주제의 회의에서 좌장을 맡았던 필자가 과학자의 전문성을 베이스로 해서 대중과의 우호적인 관계, 대중들에 대한 일관적이고 진실한 태도 등이 더해질 때 신뢰는 형성될 수 있다며 제안한 용어다.

어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는 아인슈타인 방정식 E=mc²을 “PR의 힘(E)은 메시지(m)에 커뮤니케이션(c)의 제곱을 곱한 것에서 나온다”고 했다. Energy=messageⅹcommunication², 공감형 소통과 더불어 소통이 필요한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과학자들이 새겨봐야 할 명제가 아닌가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제15회 시가 익어가는 마을 'ON마을축제'
  2.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3. [날씨] 단풍 절정 앞두고 이번 주말 따뜻한 날씨 이어져
  4. 외출제한 명령 위반하고 오토바이 훔친 비행청소년 소년원행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