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기생충검사 - 채변봉투의 추억

  • 문화
  •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기생충검사 - 채변봉투의 추억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2-05-29 14:19
  • 신문게재 2012-05-30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기생충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한다. 기생이라는 말 자체가 숙주를 전제로 한다. 사람도 기생충이 좋아하는 숙주 가운데 하나 일 것이고 특별히 사람을 좋아하는 기생충도 있을 것이다. 종종 고고학 발굴로 이루어지는 성과 가운데 미이라를 분석하거나 옛 화장실의 흔적을 조사하여 기생충의 존재 유무를 가지고 재미있는 설명을 하기도 한다. 지금도 치료하기 힘든 기생충의 사례나 특수한 기생충감염사례들이 보고되기도 하고 기생충 때문에 죽음에 이르는 경우까지도 있다. 어떤 특수한 기생충은 완전히 몸에서 내몰기 보다는 함께 공생하는 것이 특정 질병의 예방이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역설적인 주장들도 간혹 펼쳐지곤 한다. 이처럼 사람과 기생충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지금은 기생충 퇴치를 위한 많은 연구를 통해 기생충 감염 예방방법이나 특효약들이 개발되어 기생충의 공포에서 해방되었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기생충 퇴치는 사회적인 문제였다. 그러므로 기생충 감염을 피하기 위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각종 농산물을 생산할 때 똥이나 오줌을 직접 쓰지 않도록 권장하였다. 학교를 비롯한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보건소에서는 전국민에 대한 기생충검사와 함께 봄, 가을 두 번 정도는 반드시 기생충 약을 복용하도록 권장하였고, 보건소에서는 기생충 약을 현장에서 먹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에서는 봄, 가을로 채변봉투를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반드시 지정된 날짜에 본인의 대변을 콩알만큼 넣어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 많은 학생들이 일사불란하게 모두 본인의 대변을 넣어 오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본인의 채변봉투를 제출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당일 날 아침 화장실에 가서 받아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엉뚱하게 그러한 순간을 모면하고자 다른 학생의 대변을 채취하여 제출하는 일부 학생들도 있었다. 대변을 통한 기생충검사결과가 나오면 보건소에서 나온 간호사 선생님이나 담임선생님이 나누어 주시는 기생충 약을 그 자리에서 먹어야 했다. 당시만 해도 회충, 촌충들이 극성을 부렸고, 이유 없이 배가 아프면 “횟배”라 하여 회충이 뭉쳐서 아픈 일이 다반사였으며, 회충덩이가 장을 막아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전시하여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촌충은 회충보다 퇴치하기가 더욱 어려웠다. 촌충에 감염되면 자벌레나 칼국수 가닥같은 촌충이 몸에서 나와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었는데, 회충은 작았지만 촌충은 수 m에 이르렀기 때문에 민간요법으로 휘발유를 먹기도 하였다. 아무리 생활환경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기생충과 인연은 끊을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봄, 가을로 기생충 약을 먹는 일 또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