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생산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농산물 잘 팔아주는 농협 될 것”

“농민들 생산만 전념할 수 있도록 농산물 잘 팔아주는 농협 될 것”

중앙회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사업개편에 마음고생 좀 했죠 개편되고나니 전문성 강화 느껴져…

  • 승인 2012-05-29 14:18
  • 신문게재 2012-05-30 11면
  •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
[중도초대석]임승한 농협 충남지역본부장

▲ 사진=김상구 부장
▲ 사진=김상구 부장
홍성군 결성면 송호리에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이 사내아이는 어린시절부터 또래 친구들에 비해 다재다능했다. 운동은 물론 노래와 기타, 그림 솜씨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질 게 없었다. 학업보다는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은행에 취직을 하려 했으나 졸업하던 그 해 '국제오일 쇼크' 여파로 은행들이 채용인원을 줄이면서 끝내 취직을 하지 못했다.

상고를 졸업하고 부친의 농사일을 돕던 그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안부와 함께 '농협대학에 합격했는데, 등록금도 무료고 졸업 후에는 농협에 취직할 수 있어 이 보다 더 좋은 대학이 없는 것 같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취직이 걱정이던 그는 이후 공부에 열중해 결국 농협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1975년 농협중앙회 공주군지부에서 첫 발을 내디딘 후 36년이 지난 지난해 5월 농협 충남지역본부 수장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했다. 임승한(57ㆍ사진) 농협 충남지역본부장의 얘기다.

지난 24일 오전 10시 30분 대전 중구 대사동 농협 충남지역본부장실에서 만남 임승한 본부장은 하늘색 넥타이에 흰색 와이셔츠, 감색 양복을 입은 '젠틀맨'이었다. 임 본부장은 “코디는 직접한다”면서 “어릴 적 미술에 소질이 있었기에 남들보다 옷 입는 감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충남 농업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표정이 어두워졌다. 농촌에서 태어나 농민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농촌에서 자라 추억도 많을 것 같은데요.
“초등학교 시절엔 미술대회와 육상선수로 출전해 우승한 경험도 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배구대표로도 활동했죠. 글쎄요.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초등학교 6학때 처음으로 동네에 유선라디오방송이 들어왔는데 삐삐선에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라디오를 듣는 거였죠. 그것도 동네 당 1대 뿐이었거든요. 그 시절 라디오에서는 시간대 별로 연속극, 가요 톱10 등이 방송됐는데 학교에 갔다 집에 오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종종 따라 불렀죠.”

#친구따라 장(?)에 가다.
그는 중학교 시절 배구선수로 활동하다 보니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 졸업과 함께 광천상고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까지 배구선수로 뛰어 미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죠. 솔직히 공부에 별 관심도 없었고요.” 그러던 2학년 어느날. 그는 운동만해서는 먹고살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고 2때부터 열공했죠. 당시에는 은행에 취직하는 것이 최고의 직장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972년에 중동 오일쇼크사태가 발생, 은행들이 신입사원 채용을 대거 감축하는 바람에 고교동창생 가운데 단 한명도 취직할 수 없었죠.”
그 후 그는 농협대학에 간 친구 편지에 감동받아 재수를 한 끝에 1973년 농협대학에 입학했다.

#상사 잘 만나 중앙회로 옮기는 행운 잡아
농협대학 졸업 후 1975년에 공주군지부에 첫 발령을 받은 그는 한달동안 근무하고 군대에 입대했다. 군 제대 후 당진에서 1년 6개월 근무하던 그는 갑작스럽게 농협 중앙회 기획실로 가게 된다.

당진에서 근무할 때 같은 집에서 하숙하던 직장 상사에 발탁된 것이다. 중앙회의 첫 근무처는 기획실 예산과. 그는 그곳에서 많은 일을 배웠다고 했다.

- 농협에서 가장 어려웠던 시기는 언제였다고 보시는지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1982년 일이죠. 정부가 '6ㆍ28 금리인하' 조치로 예금금리는 높고 대출금리는 낮은 역금리제도를 도입하는 바람에 은행들이 어려운 처지를 맞았죠. 정부에서 경제 부양을 하기 위해서 마련한 제도였긴 하지만….”

그는 당시 자구책을 강구하는 핵심부서에 있다 보니 많은 고생을 했다.
그리고 28년이 지난 2009년 이번엔 농협중앙회 비서실장으로 있으면서 사업구조 개편 때문에 2~3년간 마음고생을 했다. 사업구조 개편과정에서 내ㆍ외부로부터의 저항이 컸기 때문이다.

#18번은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임승한 본부장은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을 정도다. 따라서 주변에서는 그를 '만능인'으로 부른다. “그렇게 봐 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골프는 보기플레이 정도하고 주량은 소주 1병정도 됩니다. 즐겨부르는 노래는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로, 저음인 내 음성과 맞는 거 같아 즐겨 부르죠.”
홍성 결성초등학교 총동문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해 있은 개교 100주년 행사 때 이 노래를 불러 동문들로부터 '앵콜송'을 받을 만큼 프로급이다.
그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는 지인들은 가수 배호 보다도 노래를 더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 본부장으로 금의환향한지 1년이 지났는데요.
“아침엔 조간신문을 통해 국내외 및 지역 내 동향을 살펴봅니다. 신문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는 시ㆍ군의 농산물 생산 및 유통현장을 방문하고 농업인 및 임직원들과 대화를 통해 조직의 시스템상 문제점과 개선방법을 찾습니다.”
이처럼 임승한 본부장은 문제점을 현장에서 찾는 현장 중심의 업무를 중시한다.

-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이 있다면.
“농협이 금융과 경제, 두개의 큰 틀로 사업구조를 개편한지 50여일이 지났습니다. 사업구조 개편의 목적은 무엇보다 농협 본연의 업무강화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됩니다.”

임 본부장은 그러면서 “올해는 농산물을 가장 잘 팔아주는 충남농협을 만드는데 혼신을 힘을 쏟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가공과 판매는 농협이 맡아 경쟁력 있는 농협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업구조개편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개편 전에는 한 사람이 금융과 유통 업무를 같이 하게 돼 전문성이 떨어졌는데 사업구조 개편 후 금융과 유통을 나누다 보니 전문성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는 “구조개편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큰 변화를 느끼기에는 이르지만 직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전문성을 갖춰 나가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성과들도 나올 거라 기대했다.

-충남도의 '3농혁신' 성공추진을 위해 농어촌응원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으셨는데.
“3농혁신의 목표는 농어촌의 주인인 농어민의 노력으로 살기좋은 농어촌을 만드는데 있지요.”라는 임승한 본부장은 “그런 만큼 3농혁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내ㆍ외부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농업 및 농촌을 지키는 도민과 조합원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그는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적극 실천하고 농업인과 도민을 위한 농협, 충남발전에 앞장서는 농협이 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임승한 본부장은 누구
▲학력=결성초(52회), 광천중(21회), 광천상고(18회), 농협대(11회)졸업, 한남대학원 경영관리학 석사
▲경력=농협공주군지부, 담배인삼공사지점장, 농협 둔산지점장, 대전지역본부 부본부장, 홍성군지부장, 정부중앙청사 지점장, 서울지역본부장, 농협중앙회 비서실장ㆍ상호금융 총본부장, 현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ㆍ정리=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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