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소년 게임규제, 하려면 제대로

주말 심야 대전 시내 PC방을 돌아봤더니 청소년들이 버젓이 드나들고 있었다고 한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일부 PC방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청소년 출입을 제한하는 청소년보호법 등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도입한 규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위험군에 속할 정도로 게임중독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오후 10시부터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청소년의 게임방 출입이용이 금지됩니다”라는 안내 방송을 하고 있음에도 주민등록증도, 나이 확인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신작 게임 '디아블로 3'이 출시된 이후 고교생 출입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디아블로 3 게임은 만 18세 이상이어야 이용 가능한 성인용이다. PC방이 성인용 ID를 제공하지 않고서야 아이들이 무슨 수로 접속하겠는가.

PC방뿐이 아니다. 자정 이후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셧다운제'도 겉돌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3대 게임업체의 대표적인 전체 이용가 등급 게임 6종의 심야시간 동시 접속자는 셧다운제 실시 이후 불과 4.5% 줄어드는데 그쳤다. 청소년이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훔쳐 접속할 경우 막을 방법도 없다. 우리 사회가 과연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아무리 막는다고 해도 게임을 하려고 하는 아이들을 다 막기는 불가능하다. 인터넷에는 제약을 피해가는 온갖 방법이 게시돼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게임중독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이나 학부모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PC방 출입제한이나 셧다운제가 제도적 또는 실효성 측면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대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놀이 환경을 보장해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란 공감대 형성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게임중독자의 뇌가 코카인중독자의 뇌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PC방 업주도 법을 어겨가며 아이들을 출입시키진 않을 것이다. 게임 중독을 막아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만큼 당국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