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유치 사업은 ‘혈세 먹는 하마’로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전 천변고속화도로다. 적자 발생 시 차액을 보전해주기로 계약을 맺는 바람에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358억 원을 지원했고, 운영사가 미납한 세금까지 수십억 원을 대납했다. 그러고도 시민들은 다음달 1일부터 오른 통행료를 내야 한다. 시민들에게 지원금에 통행료에 이중의 부담을 지워놓고 엄청난 재정 손실을 초래하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정책실명제는 말 그대로 정책결정에 간여한 공무원을 비롯해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 사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행정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제도다. 천변고속화도로처럼 시민 혈세나 갉아먹고 사업자의 배만 불리는 민간유치 사업을 기획한 정책담당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정책실명제는 뭐하자는 것인가. 이런 식이니 대전 아쿠아월드나 우리들 공원의 특혜협약, 노은동 역사 공영주차장 등 민자사업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추진됐는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사실 정책실명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대전시 조례는 정책실명제 적용 대상을 명시하고 있지만 적용 대상이라고 모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각 실과별로 판단에 따라 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돼 선정된 사업에만 실명을 공개하게 돼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업은 실명제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고쳐야 한다. 민자유치 사업은 물론 가능한 한 많은 정책, 공사, 예산이 실명제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정책실명제가 책임행정은커녕 복지부동을 부추긴다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책임소재만 명확히 해도 부실사업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대전시가 6월부터 부서 성과 평가 점수에 반영하고, 일제 정비를 통해 실명제 활성화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을 펴겠다는 다짐으로 읽히는데, 이를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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