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고양이가 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고양이 키우는 이야기냐 하면 그건 아니다. 영화 속 고양이는 “야생에는 시간이 없어요. 죽느냐 사느냐, 뭘 먹고 사느냐, 이런 것만 중요하죠”라고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미래는 고양이처럼'은 세상의 시간에 관한 영화다.
영화는 4년 째 동거 중인 제이슨(해미시 링클레이터)와 소피(미란다 줄라이)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병든 고양이 꾹꾹이를 입양하기로 하면서 시작된다. 자신들의 시간을 빼앗길 것을 예감한 제이슨과 소피는 고양이 입양을 기다리는 한 달 동안 직장도 그만두며 마지막 자유를 만끽하기로 결심한다.
빠르게 돌아가며 등을 떠미는 세상의 시간을 잠시 멈춘 유예된 시간. 평소라면 지나쳤을 일상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충동적인 욕망과 감정에 자신의 몸을 맡기기도 한다. 그러나 자유롭기만 할 줄 알았던 그 시간 속에서 소피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자신과 마주치게 된다. '마음은 아이돌인데 따라주지 않는 몸뚱이'에 실망한 사람이라면 느껴봤을 거다. '나' 자신과 '나이'의 갭을. 나이를 먹어도 여전한 미래, 사랑, 관계에 대한 불안과 공허감을 영화는 그려낸다. 소피와 헤어지고 싶지 않은 제이슨은 급기야 시간을 멈추려 한다.
이 영화를 만든 미란다 줄라이는 연출과 각본, 주연까지 맡은 첫 영화 '미 앤 유 에브리원'으로 2005년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상과 칸 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천재감독이자 행위 예술과 비디오 아트로 뉴욕현대미술관, 휘트니스비엔날레 등에서 전시를 가진 아티스트다. 밴드 활동을 하면서 두 장의 앨범을 낸 가수이며 2007년엔 단편소설집 '너만큼 여기 어울리는 사람은 없어'로 프랭크 오코너 국제 단편상을 받은 소설가이기도 하다.
다재다능한 때문인지 생각이 너무 많은 듯하다. '마음은 아이돌이지만 몸은 따라주지 않는' 그 거리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삶의 근원적인 불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나이를 먹는다는 것, 진정한 성장이란 어떤 것인가. 매 순간 매일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인가. 영화는 명쾌한 해답 대신 서늘한 질문을 툭툭 던져놓는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영화다. 대전아트시네마 상영 중.
안순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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