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수]차라리 잘 된 일이다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한일수]차라리 잘 된 일이다

[세설]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 승인 2012-05-23 15:03
  • 신문게재 2012-05-24 21면
  •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
▲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한의학박사
▲ 한일수 대전충남민언련 공동대표,두리한의원장, 한의학박사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는 슬픈 과거와 더불어 수려한 풍광과 걸출한 유명인들이 태어난 땅이기도 하다. 해체주의 사상가 자크 데리다와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의 프란츠 파농에서 그라운드의 마에스트로로 불렸던 지네딘 지단과 불세출의 디자이너 이브 센 로랑까지 차고 넘친다. 손주를 둔 지금도 고혹적인 미모를 뽐내는 이자벨 아자니도 아버지가 알제리 출신이라서 종종 프랑스 극우파 정치인들과 불편한 관계에 서 있곤 하다.

하지만, 알제리 출신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아무래도 카뮈가 아닐까?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거머쥠으로써 수많은 프랑스 문필가들을 한순간에 적으로 만들어 버린 이 작가 겸 언론인, 연극 연출가는 불과 29세의 나이로 '이방인'을 발표하여 단숨에 프랑스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이방인에서 다룬 부조리와 반항이란 개념은 사르트르와 그를 동류로 묶었고 실제로도 친구로 지냈지만, 카뮈는 사람들이 왜 자신과 사르트르를 한 묶음으로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적었다. 그리고 까뮈가 당시 일반 지식인들과 달리 소련 공산당을 비판하고 식민지 알제리의 완전 독립에 부정적이란 입장이 알려지면서 카뮈와 사르트르는 적대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한다.

카뮈의 이방인에는 작가의 페르소나인 청년 뫼르소가 등장한다. 어머니가 죽었음에도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아랍인을 죽인 이유를 묻자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라고 말하는 이 청년은 결국 사형을 당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일상에서 벗어난 모든 자들이 결국 그 사회의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전체주의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카뮈의 소설을 상식적으로 읽으면 반론이 자자해진다. 어떻게 햇빛을 핑계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지중해의 태양은 너무나 뜨겁고 강렬해서 창문도 이중으로 덧창을 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읽은 적이 있긴 하다. 우리에겐 생소한 습관인 시에스타 역시 작열하는 태양과 높은 한낮 온도 때문에 필요불가결하다는 주장도 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떻게 태양빛이 강렬하다고 사람을 죽이나 글쎄….

나는 오히려 독버섯이 그늘 속에서 자라는 것처럼 어떠한 문제도 바깥으로 드러나기만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빈곤계층의 맹목적인 새누리당 사랑이나 타지사람들의 분노에 가득한 전라도 저주처럼, 드러났지만 쉬이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문제는 곪으면서 악화되고 커지는 법이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문제와 병통이 진짜 문제지, 드러난 문제점은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서 낙관적이기조차 하다.

자유주의 정치철학을 가진 참여당이 민주노동당과 합류하면서 통합진보당이란 이름으로 출범했을 때,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시했다. 심지어 지지를 할 수 없다는 노동진영의 반발도 적지 않았다. 나 또한 단지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한 야합의 냄새가 난다고 생각했고, 당분간 관망해보자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지난 한 달 간 통합진보당 내부에서 소위 당권파들이 저지른 부정과 폭력사태, 공당이란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추잡한 패거리 문화를 바라보면서 나는 어쩐지 뫼르소가 떠올랐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정치의 중요한 보루다. 참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고 그저 잘 싸우라고 피 같은 보급품을 대고, 사령부에서 떨어진 돌격 앞으로 명령에 죽을 둥 살 둥 모르고 앞으로 나가는 눈먼 병사가 되어선 안 될 말이다. 그 참호 안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앞에서 말한 대로 문제점이란 일단 바깥으로 드러나면 어떻게 해서든 해결방안이 생긴다. 우리는 당권파란 이름을 뒤집어쓴 야만스럽고 폭력적인 괴물을 처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 어찌 다행스런 일이 아니겠는가. 이게 다 강렬한 햇빛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대전MBC 2024 한빛대상 시상식 현장을 찾아서
  2. 국립농업박물관, 개관 678일 만에 100만 관람객 돌파
  3. 농림부, 2025년 연구개발 사업 어떤 내용 담겼나
  4. 제27회 농림축산식품 과학기술대상, 10월 28일 열린다
  5. 농촌진흥청, 가을 배추·무 수급 안정화 지원
  1. KT&G 상상마당 제7회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 '설공찬' 최종선정
  2.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3. 충남대병원, 만성폐쇄성폐질환 적정성 평가 1등급
  4. 상명대, 제25회 대한민국 반도체설계대전 'SK하이닉스상' 수상
  5. 한국건강관리협회, 창립 60주년 6㎞ 걷기대회 개최

헤드라인 뉴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 대전에 집결한다

내년 8월 국내 유망 중소기업들이 대전에 집결한다. 대전시는 '2025년 중소기업융합대전'개최지로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올해 행사에서 대회기를 이양받았다. 내년 대회는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중소기업융합대전'은 중소기업융합중앙회 주관으로 중소기업인들 간 업종 경계를 넘어 교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분야별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별 순회하는 화합 행사 성격도 띠고 있다. 2004년 중소기업 한마음대회로 시작해 2014년 정부 행사로 격상되었으며 2019년부터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하고 있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