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성봉 저 |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나이트클럽 계단에서 잠을 잤으며 거리의 길고양이와 떠돌이 강아지가 그의 친구였다. 주변의 어른은 조폭, 양아치 그리고 노점상인.
말보다 욕을 먼저 배웠고 낮보다 주로 밤에 활동했으며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지어준 이름 '지성'이로 살았다. 일상적인 폭력을 견디며 우리 사회 밑바닥의 맨얼굴을 학습하며 유년기를 보냈다.
조폭에게 쫓기면서 야학으로 숨어들었고 기초수급자신청을 하는 과정에서 열네 살이라는 것과 이름이 '최성봉'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부모가 있다는 사실도. 야학에서 한글을 익혔고 껌팔이 시절 들었던 성악에 매료돼 마침 성악 레슨 광고를 냈던 지금의 은사 박정소 선생님을 만나 무료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신문팔이, 공사장 잡부 등으로 일하면서 구걸이 아닌 노동을 통해 제 밥벌이를 시작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 과정까지 마쳤고 친구를 만나고 싶어서, 보통사람이 되고 싶어서 대전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갔다. 예고에서는 자라온 환경이 달랐던 탓에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개인 레슨을 받고 싶어 방과 후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밤샘 아르바이트를 해 레슨비를 벌었으며 그렇게 스스로 음악 실력을 다져나갔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은 엄두도 못내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가 지난해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인 tvN '코리아 갓 탤런트'를 통해 '한국의 폴포츠'라는 별명을 얻었던 최성봉씨가 자서전을 출간했다.
최씨의 자서전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 맡겨진 뒤 거리에서 생활하며 음악의 꿈을 키워온 최성봉의 인생 스토리가 담겼다.
갑작스런 주변의 뜨거운 관심이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웠던 그의 솔직한 속내는 물론, '코리아 갓 탤런트'의 다른 도전자들을 통해 얻은 감동, 그 이후 달라진 그의 생활까지 들을 수 있다
이 에세이는 인간사회에 대해 환멸을 갖게 하면서도 아무 보호장치 없이도 어기차게 살아가는 어린 생명의 강인함을 확인케 한다.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절망을 딛고 일어선 삶의 아름다움을 메시지로 전달한다. 문학동네/최성봉 지음/344쪽/1만3800원
배문숙 기자 moons@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