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찬]저축은행 사태와 갈길 먼 신용사회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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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찬]저축은행 사태와 갈길 먼 신용사회 건설

[시론]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2-05-23 14:07
  • 신문게재 2012-05-24 21면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 박종찬 고려대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
작년 일 년 동안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점이 금융거래에 있어 신용을 쌓는 일이었다. 신용이 없으면 신용카드는 당연히 만들 수 없게 되어 모든 금융거래는 예금한 돈의 한도 내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 현금 그리고 개인수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책 등을 구매한다든가 호텔을 예약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가 꼭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 년이 지나서 귀국할 때 쯤 그동안 성실하게 금융거래를 한 기록을 보고서야 한 달에 1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만원을 조금 넘게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다는 통보를 거래은행으로부터 받게 되었다. 이렇게 신용을 조금 준 다음 신용카드를 쓰고 성실하게 갚는지 오랫동안 지켜본 다음 조금씩 신용카드의 사용한도를 늘려준다고 한다.

이렇게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비해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너무 공격적이고 느슨하게 운영, 감독되고 있어서 서민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어 대비된다.

아무런 신용기록이 없는 대학생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 주어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부터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가 하면, 길거리에서조차 신용카드를 판촉하게 허용하는 것을 보고 저렇게 신용카드를 마구 만들어 주게 되면 문제가 없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저축은행 사태를 보게 되면 대한민국 금융 감독체계의 총체적 부실을 보는 것 같다. 솔로몬 저축은행, 미래 저축은행 등 이름만 들어도 거창한 은행의 회장들은 서민들이 저축한 돈을 마치 개인 돈을 쓰듯이 물 쓰듯 쓰고 횡령을 해서, 이자 조금 더 받으려고 노후생활 자금을 예금했던 많은 서민의 생계를 막막한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 또 한주 저축은행이라는 곳에서는 이중장부를 작성하여 고객에게 발급한 통장의 내용과 은행 기록이 다른 경우도 발생하는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이 허술한 점에 대해 국민은 실망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과연 한국의 금융기관은 믿을 만한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만약 은행을 믿지 못하면 돈을 맡기고 빌리고 하는 것은 어디서 할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문제까지 의구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금융의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저축은행에 대한 부실한 감독과 감독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철저한 원인규명과 책임을 묻고 재발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한다.

우선, 건전하게 금융기관을 경영할 능력이 없는 도덕적 자질이 떨어지는 경영자에게 은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경영을 맡긴 게 잘못이다. 은행이라고 하면 상호신용금고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일반인들은 더욱 신뢰감을 갖게 된다. 다른 건전하게 경영되는 은행과 동일한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었지만, 앞으로는 은행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게 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은 잘되었다.

다음으로는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 소홀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과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 저축은행의 감독소홀에 대한 원인은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저축은행의 감사나 임원 등으로 퇴직 후 자리를 옮기는 관행에서 비롯된 점이 크다. 이러한 관행은 시정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감독기관으로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교육과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감독기관의 직원이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대출청탁을 하는 등의 사례가 없도록 자체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하고 직원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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