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심각합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비리를 뿌리뽑았으면 합니다.”
본보의 '버스입찰 우송중 사고 불렀다'는 기사에 대해 버스업체는 물론, 일선 학교에서 유사한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른바, '가짜 서류'가 판치고 있지만, 일선 학교 대부분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확인할 방법이 없어 오히려 대형사고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확인과정조차 무시하면서 전세버스업체의 속임수에 넘어가거나, 알면서도 눈을 감아주는 형국이다.
22일 일선 학교와 버스업체 등에 따르면, 수련활동과 수학여행 등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학교의 입찰에 참가하는 전세버스업체 상당수가 허위 계약서를 통해 낙찰받고 있다.
우송중 수학여행 관광버스 사고도 이런 문제가 한 몫 했다.
본보가 이런 문제를 보도하자, 곳곳에서 해결방안에 대한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해결방안의 핵심은 차량등록증 원본 확인이다.
현재, 현장체험활동을 위한 전세버스는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물론 규모가 작은 학교나 공개입찰이 유찰된 학교는 수의계약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학교가 업체가 제출하는 서류를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전자입찰이다 보니, 업체직원을 직접 만날 수도 없다. 복사본에 버스업체의 원본대조필 도장을 확인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수학여행 등 각종 행사가 집중된 5월에 원본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업체 측에 요청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업체 측은 이런 맹점을 활용한다.
공개 입찰 과정에서 차량 연식 등을 속인 허위 서류가 먹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사고가 난 우송중의 수학여행 버스는 2004년식이었다. 학교는 여러 여건을 감안해 업체 측이 요구한 2007년식 버스를 허용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서류를 위조해 2004년식을 2007년, 2005년식을 2008년식으로 둔갑시켰다.
20년 넘은 베테랑 A 버스기사가 제보를 통해 원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다.
A 씨는 “학교 측이 차량등록증을 복사해서 오라고 하면 업체의 경우 충족하는 연식의 버스가 없으니까 오래된 차의 연식을 바꾼 복사본을 제출해 낙찰받는다”고 말했다.
물론, 학교 측에선 이런 사실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넘어간다.
일부 학교는 이런 사실을 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넘어가거나, 보이지 않는 모종의 거래 때문에 눈을 감아준다는 게 A 씨의 설명이다.
원본을 확인해야 한단다.
대부분의 업체가 성수기를 이유로 복사본을 제출하고, 학교도 그동안 해왔던 터라 복사본만으로 업체를 평가한다.
모 초교 관계자는 “공개입찰이고, 공문서다 보니 업체의 제안서를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차량등록증 등 각종 서류 원본을 확인하면 된다. 입찰 서류와 별도로, 낙찰받은 회사에 원본을 요청해 직접 확인하면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버스업체 관계자는 “서류는 요식행위라 할 수 있다. 입찰 조건을 100% 충족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원본을 요청하면 대부분의 업체가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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