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명문 수원 삼성과 전남 드래곤즈를 잇따라 꺾고 8강에 오른 아마추어 팀인 한국철도가 '한국철도의 기적'을 만들어낼 것인지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하지만 끝내 FA컵을 탈환한 주인공은 한국철도가 아닌 바로 대전 시티즌이었다.
대전시티즌은 향토기업인 계룡건설, 동아건설, 한화유통, 충청하나은행이 참여한 컨소시엄형태로 1996년 10월 대전지역을 연고로 해 프로축구 제10구단으로 창단됐다.
2001년 FA컵 당시까지 대전은 통산전적 49승 22무 106패. 통산 195득점에 276실점이라는 저조한 기록을 가진 팀일 뿐이었다.
대전은 신생 구단이기도 했지만 재정 문제로 훈련시설과 숙소문제가 타 구단에 비해 열악했으며, 초호화 스타들로 무장된 다른 구단이나 몸값 1, 2위를 다투는 용병들도 상대적으로 적어 연약한 팀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대전시티즌은 창단 후 2001년까지 단 한번도 정규리그 꼴찌를 한 적이 없었다.
1997년에는 7위, 98년 9위,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8위를 차지하는 등 꾸준히 중하위권을 유지했지만, 꼴찌를 한 적은 없었다.
결국 대전은 2001년 끝내 FA컵 우승이라는 혁명을 만들어냈고, 선수들과 대전서포터들은 그 감격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이후 2002년과 2004년, 2009년 대전은 FA컵 4강까지 진출했지만, 끝내 우승컵을 되찾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2012년, 대전은 2001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첫 걸음을 내딛는다.
23일 오후 7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갖는 32강전의 첫 상대는 경주시민축구단이다.
경주시민축구단은 한남대를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해 2008년 후 처음으로 FA컵 32강에 진출한 팀.
2010년부터 2년 연속 챌린저스리그에서 우승한 경주시민축구단은 짧고 빠른 패스플레이를 무기로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대전은 시즌 초반 6연패라는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로 떨어지다가 지난 5일 홈에서 리그 1위 수원을 물리친데 이어 포항, 대구 경기에서 잇따라 무승부를 펼치는 등 분위기를 상승세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전은 32강 첫 경기에서 경주시민축구단을 제물로 해 2001년 우승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각오다.
유상철 감독은 경주시민축구단이 챌런저스리그 팀이라고 해 절대 방심하지 않고, 실수가 없는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한편, 프로와 아마추어를 총망라해 한국축구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32강전에는 2라운드를 통과한 7개 팀과 내셔널리그 상위 9개 팀, K리그 16개 구단이 참가한다.
우승팀은 상금 2억원과 함께 내년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얻는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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