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정치부장(부국장) |
그해 1월 그의 저서 담금질 출판기념회에 임기 말 노 대통령은 애틋한 영상메시지를 보냈고, 안희정은 소리없는 눈물을 흘렸다. 당시 논산ㆍ계룡ㆍ금산 지역 민주당 총선 공천은 첫 여성 장군 출신인 양승숙 후보에게 돌아갔고, 경쟁에 나섰던 안희정ㆍ이인제 후보는 낙천했다. 당선은 낙천 후 무소속으로 나선 이인제 후보에게 돌려졌다. 1년 후인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명을 달리했고, 다시 1년이 지난 후 지방선거에 나선 안희정은 충남지사에 당선됐다.
'노무현의 측근'이었던 안 지사는 이제 노무현을 넘어 자신의 길을 가야 할 처지다. 당장은 220만 충남도를 책임지는 도백이다. 더 나아가 차차기 대권에 도전할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회자된다. 올 연말 대선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경기지사나 김두관 경남지사보다는 훨씬 유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김문수ㆍ김두관 지사가 올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물론 경선에서 승리, 당의 최종 후보가 되는 경우다.
안 지사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고 2017년 대선에 나선다면 임기 중 사퇴라는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듬해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임기가 1년 미만을 남기고 있어 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는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충청 출신이라는 이점도 있다. 안 지사가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권 도전에 대한 질문에 완곡하게 답변을 내놓고 있지만 '여건만 조성된다면,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선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들리는 이유다. 그 첫 시기가 2017년 대선으로 보여진다.
안 지사의 주변 여건은 좋다. 4월 총선에서 측근 몇 명을 당선시켰고, 그를 한번이라도 만나 본 사람들은 좋은 평을 내놓는다. 그를 추종하는 마니아들도 많다.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비우며 무게감도 더하고 있다. 그러나 안 지사의 소리나지 않는 '버선발 정치'를 지켜보며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도정의 방향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해 한다. 그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제는 안희정만의 고유함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연속성이 필요한 광역자치단체 행정이 늘 화끈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안희정식 행정'은 찾기 힘들다. 최근 도의원들의 소규모 숙원사업비를 둘러싼 갈등도 다르지 않다. 집행부와 의회의 갈등은 곧 도정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 사안이다. 갈등으로 인한 피해 역시 도민들에게 미칠 수밖에 없다. 누구의 잘못이 더 큰지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안 지사의 정치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오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주기가 되는 날이다. 노 전 대통령은 평생의 화두로 지역주의 타파와 권위주의 청산, 권력기관의 정치 중립화, 약자에 대한 배려를 삼았다. 특권도, 반칙도, 지역차별도 없는 사람사는 세상을 꿈꿨다. 노무현을 기억하는 사람은 안희정도 기억한다. '노무현식 정치', '노무현식 행정'이 모두 옳을 수는 없다. 그러나 생전의 열정, 신념, 사람에 대한 애정은 아직 많은 사람의 가슴을 뛰게 하고 있다.
안 지사는 이제 4년 임기의 중반을 지나고 있다. 이제 안희정의 색깔을 보여줄 때다. 그래야 '정치인 안희정'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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