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즉동 주민들이 아파트 지하공동구에 모여 ‘날씬이콩나물’을 수확해 포장하고 있다. |
쑥쑥 자라는 콩나물을 수확하고 포장하기 위해 아파트 지하공간은 주민 공동작업실이 됐고 노인들의 훌륭한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21일 찾아간 대전 유성구 구즉동의 휴먼시아 2단지는 콩나물잔치가 벌어진 듯 왁자지껄했다.
아파트 지하 공동구에 갖춰진 친환경 반자동식 콩나물 재배기 4대에서 순서대로 수확한 콩나물을 손바닥만한 비닐에 담고 생산자 스티커를 붙이는 주민들의 작업이 한창이었다.
반자동식 콩나물 재배기는 일반 플라스틱 시루단지에 분무기가 부착된 쟁반을 뚜껑으로 덮어 매 시간 15분동안 물을 뿌리도록 설계됐다. 또 시루단지에 뿌려진 물은 하단 대야에 잠시 머물다가 자동으로 배출되도록 되어 있었다.
전남의 한 지자체가 시행하는 콩나물 주민 수익사업을 관찰하고 어깨넘어로 본 반자동 재배기를 직접 만들어 시행한 것.
이석규 구즉동장은 “우리 주민들에게도 좋은 수익사업이 되고 노인정어르신들의 일거리가 될 수 있어 시작하게 됐다”며 “쟁반에 수십개의 작은 구멍을 뚫고 그곳에 분무기를 연결한 자동 급수장치 등도 주민들이 직접 손으로 제작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1월 구즉동주민자치위원회가 주축으로 시작돼 5차례의 시범 재배를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상품화를 위한 생산이 시작됐다.
1.5㎏의 콩이 들어가는 재배기 3개를 이용해 하루 평균 9㎏의 친환경 콩나물을 생산할 예정이며, '날씬이 콩나물'의 이름으로 1500원(한 봉지)에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파트단지 인근에 텃밭을 마련하고 국내산 콩을 생산할 준비도 마쳤다. 이날도 콩을 물에 불려 싹을 틔운 후 시루에 넣어 물을 준 지 나흘된 콩나물을 수확했고 노인정의 할머니들이 포장하는 일을 도왔다.
덕분에 버려지듯 사용되지 않던 아파트 지하공동구가 주민 공동작업장으로 활용되게 됐고 노인들은 어렵지 않은 소일거리와 소득원을 마련했으며, 아파트주민들도 이웃이 생산한 믿을 수 있는 콩나물을 구할 수 있게 됐다. 벌써 소문이 났는지 콩나물을 사겠다고 아파트공동구를 직접 찾아오는 주민도 있었다.
박기출(78) 노인회장은 “노인정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함께 모여 간단한 일도 하면서 대화가 많아졌고 보람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진 구즉동주민자치위원장은 “국내산 콩으로 건강한 콩나물을 생산해 주민들에게 공급할 예정으로 주민 공동사업으로 꾸준히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임병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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