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태 아산성심학교 교감 |
“교출했습니다. 교출했습니다.”
교내 방송이 울리면 선생님들은 후다닥 일어나 각자 역할에 따라 움직인다. 학교 밖 주변과 버스 정류장 등으로 찾으러 나가고 파출소에도 신고한다. 논으로 밭으로 뛰어다니는 학생을 발견하고 데리고 온다. 일반학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특수학교인 우리 학교에서는 가끔 있는 일이다.
교감으로 온 지 벌써 1년을 바라보고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크고 작은 일부터 다양한 종류와 형태의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그 일들 속에서, 학생과 교사의 모습 속에서 작은 소리의 경청과 배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아이들의 작은 소리에 관심을 둘 때, 아이들의 작은 행동에 배려를 보일 때 반짝이는 웃음 가득한 얼굴이 될 수 있고 바람직한 학교 문화가 정착될 해법이 있음을 이곳 아산성심학교 학생들에게 매일 배운다.
학생은 개인차가 있다.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지도를 해 주는 것, 학생들이 내는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것,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경청'이다. '경청'은 모든 것의 기본이자 성공의 열쇠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주는 것.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 조성, 인간미가 넘쳐나는 학교 문화. 그러면 건전한 학교문화는 길지 않은 시간에 이뤄질 것이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큰 소리에 귀를 잘 기울인다. 오죽해야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으랴. 대부분 사람은 작은 소리에는 둔감하거나 혹은 듣지 않으려 하고 듣지를 못한다. 작은 소리는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작은 소리는 우리에겐 어떤 큰소리보다 중요하다.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고 들어주는 것. 눈높이를 맞춰 들어주고 가슴높이를 맞춰 공감해 주는 것은 가장 중요한 기본자세다.
관리자는 교사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방향을 찾을 수 있는 등대가 되어 주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어려운 점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교육의 밝은 미래를 본다. 교사들의 어려운 점을 헤아리는 리더, 그것이 관리자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학부모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학부모와의 소통을 통해 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를 쌓고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요즘엔 학교에만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가정교육이 우선이다. 가정교육의 바탕 위에 학교 교육이 이뤄져야만 효과를 볼 것이다. 새싹이 잎으로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향기만을 내뿜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관심이 없어 모르고, 보이지 않아 모르는 사이 그들만의 치열한 소리 없는 전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 치열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어김없이 탐스런 열매를 귀한 생명을 품은 씨앗을 선물로 내놓는다.
우리 학생들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마음 안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소리를 우리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 소리에 반응해줘야 그 소중한 생명은 숙성된 열매로 씨앗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이다.
곧 오월의 장미가 어느 가정의 울타리와 어느 학교의 담장과 어느 누군가의 가슴에 아름답게 필 것이다. 우리 학교에도, 학생들의 가슴에도 아름다운 장미향이 가득하길 바란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도 학생들 '아침맞이'를 하며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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