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燈 밝히는 그 마음으로 이웃과 나라위한 자비정신 되새기길…

어려워도 燈 밝히는 그 마음으로 이웃과 나라위한 자비정신 되새기길…

대전 인구는 많은데 信行할곳 적어… 세종시와 함께 전법회관 지을 계획 마곡사는 김구선생의 출가사찰, 기억하고 본받는데 지역서 많이 동참해줬으면

  • 승인 2012-05-22 14:19
  • 신문게재 2012-05-23 11면
  • 대담ㆍ정리= 한성일 사회단체부장대담ㆍ정리=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중도초대석] '부처님 오신날' 맞는 마곡사 주지 원혜 스님

오는 28일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5교구 본사 마곡사 주지 원혜스님을 찾았다. 부처님 머리 모양 닮았다고 '불두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하얀 눈꽃송이같은 수국나무가 마곡사 경내 원혜스님 거처 앞마당을 훤히 밝혀주고 있었다. 녹음이 우거진 천년고찰 마곡사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원혜스님과 다도의 향을 즐기며 나눈 대화는 마음을 차분히 정화시키고 세속의 번뇌와 때를 씻어내는 듯 청량감이 들게 했다.<편집자 주>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왔습니다.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는지요.

“부처님 오신 날은 불자들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2556년 전 인도에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태어나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인간은 나고 죽는 고통에서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큰길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등을 달고 축하했습니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의 빛이 온 누리에 퍼져나가듯 석가모니부처님의 가르침과 자비정신을 이어받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인간세상이 더욱 희망과 사랑이 넘치는 세상으로 이루어지길 기원하는 모든 불자들의 염원이 연등에 담긴 것이지요.

지난 4월에 연등축제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돼 더욱 뜻 깊습니다. 평소 종단이 다르고, 다니는 절이 다르더라도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각 지역마다 사암연합회로 함께 모여 제등행렬을 하지요. 이 모든 것이 모여 불자들의 축제인 연등회가 구성되는 것이니까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는 불자들은 모두가 무형문화재 전승자인 셈입니다. 마곡사는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고 보호하는 생태사찰, 이웃과 자비정신을 함께하는 나눔 사찰, 청정한 수행으로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사찰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지난 19일과 20일에 했던 신록축제와 부처님 오신 날 봉축행사에 담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불교계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많은 불자들이 가슴아파하고 있는데 교구 본사 주지로서 참으로 부끄럽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저 자신부터 깊이 참회합니다. 우리부터라도 부처님 탄생의 참 뜻을 되새기면서 보다 청정하고 바른 삶의 자세를 가꾸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등을 밝히는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불교를 밝히고 민족과 나라를 밝혀왔으니 연등회의 무형문화재 지정을 계기로 부처님 오신 날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한국불교는 민족 정신사상사와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이러한 한국불교의 자랑스런 전통을 계승하고 혼탁한 사회속에서 불교의 위상을 올바로 정립하는 것이 이 시대 불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회는 지극히 혼란스럽고 중생들의 삶은 나날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산에서 도를 닦고 있어도 절을 찾는 분들을 통해 세상의 어려움을 모를 수 없습니다. 상실된 도덕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함은 물론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을 위로하고, 갈라진 민족의 통일과 개발논리에 밀려 파괴된 환경의 복원 등 불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을 맞는 불자들은 새로운 각오와 실천으로 어리석은 중생들의 삶을 깨달음의 길로 계도해 주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불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원력보살이 되어 주변의 고통받는 이웃을 안락하게 하는 보살행을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

▲ 사진= 김상구 부장
▲ 사진= 김상구 부장
-스님께선 언제 불가에 입문하셨나요. 어떤 수행을 하며 오늘에 이르렀는지도 궁금하군요.

“스님들은 출가 전의 일을 전생(前生)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출가 전 세속에서의 인연에 대해서는 잘 말하지 않습니다. 1978년에 범어사 강원을 졸업했고 79년에 마곡사 재무와 부여 고란사 주지를 맡았지요. 강경 용암사, 반야포교원 주지 등을 지냈습니다. 젊은 시절의 가장 보람된 일은 중앙승가대학을 만든 것이지요. 스님들이 전통 강원 교육만 받아서는 현대사회의 종교 지도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보고 현대 학문과 사회변화를 교육하는 새로운 교육기관을 맨땅에서 만들어낸 것입니다. 뜻이 맞는 도반들과 함께 중앙승가대학을 만들어 재무국장, 교무국장, 학생국장, 비구수행관 사감 등을 지냈습니다. 지금은 김포에 번듯한 학사를 지어 스님들을 길러내고 있지만 제가 일하던 초창기에는 살림이 너무 어려워 함께 한 스님들이 고생이 많았지요.

1984년에는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을 지냈습니다. 짧은 소임이었지만 그 뒤로 1994년 종단에서 포교원이 비중있는 기관으로 독립할 때 초대 포교부장이 되어 4년간 열과 성의를 다해 일할 수 있던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 때 청소년 불교연합 파라미타 등 많은 불교 단체를 만들어 낸 것이 보람입니다. 1990년부터는 서울 강남의 대표 전통사찰인 봉은사와 인연을 맺어 여러 소임을 살다가 1998년부터 8년간 주지를 맡았습니다. 스님들의 본분사는 수행과 교화인데 제 이력을 보면 종단 행정과 교화활동으로 많이 치우쳐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수행과 공부를 위해 시간을 많이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중요한 소임을 맡고 있으니까 개인 시간을 가지기가 참 어렵습니다. 종단의 회의나 행사도 많고 또 교구 일도 많지요. 게다가 본사이다 보니까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제가 절에 없으면 모를까, 오시는 손님들은 다 친절히 맞아 차라도 한 잔 대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그런 일정이 없으면 이번에는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편이지요. 절에서는 아침 식사를 일찍 하는데 일과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습니다. 그 때 울력 목탁을 치게 합니다. 우리 불교가 간화선의 맥을 잇고 있는데, 선종사찰은 노동과 참선이 둘이 아니라고 해서 노동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공동체 대중이라면 공동노동인 울력에 빠질 수 없는 것이지요. 그렇게 대중을 불러 모아 함께 일을 합니다. 절이 큰 반면 살고 있는 대중의 수가 많지 않아 늘 일손이 부족합니다.

이번 봄에는 절 곳곳에 꽃무릇을 비롯해서 꽃 구근을 수천포기 심었습니다. 작년에는 구절초를 집중적으로 심었지요. 앞으로 마곡사는 꽃이 만발한 예쁜 절이 될 것입니다.

마곡사 경내도 보기 좋지만 태화산 자락의 둘레길도 참 좋습니다. 공주시에서 잘 꾸며 놓았지요. 낮에 시간이 나면 방에 있기보다는 도량이나 산길을 산책합니다. 자꾸 여기 저기 둘러보아야 관심이 가고 손 볼 곳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시간을 내지 못하는 날은 저녁 공양 뒤에 산책이라도 잠깐 합니다.

어두워진 다음에는 제 평생의 취미인 책을 봅니다. 경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회와 관련한 책을 폭넓게 보는 편입니다. 저는 기억할만한 대목을 만나면 줄을 긋고 메모를 하기 때문에 제가 본 책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지 못합니다. 그 대신에 좋은 내용이라고 생각한 책은 몇십권씩 구입해서 주변에 선물로 나누어주지요. 그렇게 책을 보다보면 잠 잘 시간입니다.”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대전 충남지역의 불교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 대전은 인구는 많은데 불교를 신행할 곳이 적었지요. 그래서 대전과 새로 만들어지는 세종시에 전법회관을 지을 계획입니다. 지역 신행의 중심이 되고 또 여러 신행조직들의 활동 본부가 될 수 있도록 넉넉한 공간을 마련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또 회관에는 꼭 불교방송을 유치해 부처님의 법음을 전하게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복지사업을 열심히 하기 위해 교구 차원에서 복지법인을 만들었습니다. 복지법인이 잘 되려면 본사는 물론 말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2014년에는 백제불교문화대제전을 개최하려고 추진중입니다. 백제문화의 정수는 역시 불교문화이기에 마곡사가 중심이 되기로 하고 조계종 총무원과 긴밀히 협조해 문화관광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의 출가사찰입니다. 그래서 백범 선생을 선양하는 일에 마곡사가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습니다. 제가 주지가 된 뒤 삭발 출가터를 유적지로 만들어 기념하고, 태화산 둘레길을 '백범 명상로'라 이름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백범 선생을 기억하고 본받는데 우리 충남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많이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원혜스님은 누구

1954년 생, 6교구 마곡사 재무/ 부여 고란사 주지, 강경 용암사, 반야포교원 주지, 중앙승가대학교 재무ㆍ교무ㆍ학생국장ㆍ비구 수행관 사감,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국장, 봉은사 포교실장ㆍ총무 부주지,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 포교부장ㆍ경승단 사무총장, 실천불교 전국승가회 민주통일분과위원장, 불교교육 연합회 부회장, 조계종 초ㆍ중ㆍ고등학교 교과서 연구위원회 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봉은사 22대 주지, 파라미타 청소년 협회 이사, 도농공동체 준비위원장, 고려대장경 연구소 감사, 불교 상담협의회 이사, 강북장애인 복지관 관장,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23대 주지 재임, 대한불교 조계종 봉은사 주지 8년 만기 퇴임, 2009년 9월 1일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본사 마곡사 주지 취임.

대담ㆍ정리= 한성일 사회단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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